서평

삼중직을 통해 구원적 삶의 근거를 알 수 있다

이 책은 기독론에 관한 질문으로 출발한다. 기독론에 대한 물음은 마태복음 16장 18절에 나타난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라는 예수 자신의 질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베드로는 예수를 그리스도라고 고백했고, 교회는 그리스도의 인격과 사역을 구분하여 인식했다. 그리스도는 누구이고, 무엇을 하였는가의 물음은 예수 안에 있는 신성과 인성의 연합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그리스도는 속죄론과 직분론의 주제로 전개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그리스도의 직분은 그리스도 사역의 핵심 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리스도는 사역과 관련해서 왕, 제사장, 선지자 곧 삼중직을 가진 것이다.
『그리스도의 삼중직: 왕, 제사장, 선지자』의 저사 송진영 목사는 그리스도의 삼중직에 대한 설명을 역사적인 맥락과 성경적인 해석, 그리고 역사 속에 믿음의 선배들이 고백한 문답서를 중심으로 이 주제를 설명해 나갔다. 다시 말하면 그리스도의 삼중직은 성서학의 주제이며, 기독론적인 주제이며, 그리스도인의 삶과 직분과 관련된 실천신학의 주제를 가지고 설명한 것이다. 이런 주제를 폭 넓은 시각으로 풀어나간 것은 저자의 신학적인 깊이가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칼뱅은 삼중직을 그리스도 사역론의 핵심으로 인식했다. 그 후 개혁, 장로교 신학은 칼뱅의 삼중직의 논의를 계승 발전시켰다. 그 발전이 개혁, 장로교 신앙고백서와 요리 문답 등에 강조되어 나타난 것으로 저자는 이러한 발전의 과정을 상세하게 기록했다. 특히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웨스타민스터 대소요리문답, 제네바 교리문답, 사도행전의 전승, 기독교강요와 같은 장로교 교리의 전통적인 문헌들을 실제적인 예로 제시하며 논리의 정당성을 증명할 수 있었다.
기름 부음 받은 그리스도
그리스도라는 뜻은 ‘기름 부음 받은 자’라는 뜻이다. 구약 성경에서는 왕, 제사장, 선지자 직분을 가진 자들에게 기름을 부었다. 이들에게 부은 기름은 가시적인 기름이며, 물리적인 기름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기름 부음은 하나님이 택한 선지자에게 행하는 메시아적 기름 부음이다(사 61:1-2). 예수가 성령으로 기름 부음을 받았다는 것은 자신이 그리스도라는 것을 하나님께서 증거하는 것이고, 구원의 중보자로서 행하시는 구속 사역이 성령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름 부음을 받은 그리스도는 구약에서 구별된 왕, 제사장, 선지자라는 직분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로 수렴했음을 의미한다. 구약에서 왕, 제사장, 선지자가 기름 부음을 받음으로 사역을 시작했다면, 이 세 가지 직분은 그리스도를 통해서 삼중직, 하나의 인격 안에서 알 수 있는 동시적 직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리스가 가지는 세 집분은 하나와 또 다른 하나가 개별적으로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사역 안에서 세 가지 직분이 동시에 전개된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왕이신 그리스도
그리스도가 왕의 직분을 가졌다는 것은 삼중직 중에서 가장 빈번하게 나타나는 핵심 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가 왕의 직분을 가진 것의 출발점은 어디서부터일까? 비하(卑下)의 신분 속에서도 그리스도가 왕의 직분을 가지고 있었을까? 승천 이후 승귀(承句)하심으로 왕직을 가지며 통치했는가? 이 질문에 대해 칼뱅은 세상 나라의 왕직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와 관련한 것이어서 전적으로 영적이며, 그분의 통치 역시 영적인 것으로 설명한다. 칼뱅은 교회가 그리스도를 영원한 보호자이자, 수호자로 모시고 있기 때문에 그분의 왕직은 안전함을 강조한다.
그리스도의 왕직이 선명하게 부각되는 것은 그리스도의 승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성령을 통해서 그리스도의 나라를 세우고, 그리스도에 주어진 모든 것을 영원히 유지하고 견고하게 한다. 비하의 신분 안에서도 왕의 통치는 이미 시작된 것이고, 승귀의 신분 안에서, 천상에서 그리스도는 땅에 대한 통치를 강력하게 행사할 것이다. 이런 그리스도의 왕권에 대한 측면은 종말론적인 측면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제사장이신 그리스도
그리스도의 왕의 직분이 모든 영적인 유익을 우리에게 실질적으로 제공하는 것과 관계된 것이라고 한다면, 제사장의 직분은 영적인 악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스도의 제사장의 직분을 통해서 율법이 규정하는 제사장 직분이 완성되면서 동물을 죽이는 의식으로서의 제사는 종결되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제사장직은 속죄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리스도는 자신의 속제 제사를 통해서 하나님의 진노를 억제하고 우리를 위한 하나님의 긍휼하심을 구해야 했다.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뜻에 맞는 완전한 제사를 드림으로써 하나님의 진노 대신 은혜를 얻어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는 담대함을 허락하신 것이다. 이런 그리스도의 제사장직은 중보자로서 하나님과 화목하게 하시는 역할을 감당했다고 할 수 있다. 즉 하나님과 우리 사이의 중보자는 오직 그리스도 밖에 없다. 우리의 죄를 속하는 그의 지상 제사장 사역이 완결되어 더 이상 반복적인 제사는 필요하지 않게 되었고, 단번에 속죄하심을 통해 천상의 제사장으로서 그리스도는 우리를 위한 영원한 중보자로서의 사역을 감당하시는 것이다.
선지자이신 그리스도
예수는 자기 스스로를 선지자라고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리스도는 어떤 선지자와도 비교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리스도는 아들의 권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는 선지자는 아니지만, 선지자직을 가지고 행하신 것이다. 즉 선지자의 직분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야 시작할 수 있지만, 예수는 하나님의 아들로서의 권위를 통해 선지자직을 수행하신 것이다. 그리스도가 자신의 인격 안에서 예언자를 담고 있다는 사실은 그리스도는 율법과 옛 언약의 실체가 되시고 그것의 목적이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스도는 구약 선지자의 가르침 전체를 요약했을 뿐 아니라 그것을 완성했다. 그리스도가 계시를 완성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계시는 필요하지 않다. 그러므로 그리스도가 가져온 것은 말씀의 어느 한 부분이 아니라 마지막 결론적 말씀, 우리가 구원을 얻기 위해 알아야 할 결론적 말씀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난 뒤의 느낌은 결국 그리스도의 삼중직은 구원론이라는 사실이다.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를 통해서 성령의 기름 부음을 받아 선지자직과 왕직과 제사장직에 참여하게 된다. 또한 삼중직은 그리스도인의 삶과 연관된다. 성령에 의해 그리스도와 연합한 그리스도인은 예언자가 되어 세상을 향해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할 뿐만 아니라, 제사장과 왕이 되어 악과 싸우며 그것을 통제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