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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청교도의 아버지, 윌리엄 퍼킨스의 위대한 유산

무려 1,440페이지나 된다. 그것도 첫 번째 모음집만. 총 10권으로 구성된 윌리엄 퍼킨스 전집, 그 방대하면서도 풍부한 청교도의 아버지 윌리엄 퍼킨스의 깊은 묵상과 하나님 중심적인 성경 강해가 우리말로 보급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에 참으로 감격스럽다. 남침례신학교 총장 알 몰러는 청교도 신학을 형성한 지도자들과 신학자들 사이에 윌리엄 퍼킨스가 있었다고 말하고, J. I. 패커는 “퍼킨스의 넓은 어깨 위에는 17세기 청교도 목회자들과 성직자들 전체가 서 있었”다고 평가했다. 윌리엄 퍼킨스는(1558-1602) 케임브리지의 성 앤드류 대교회에서 강사 및 설교자로 봉사하고, 크라이스트 칼리지, 코르푸스 크리스티 칼리지 등에서 교수로 가르치면서 리처드 십스, 존 코튼, 존 프레스턴, 윌리엄 에임스 등 젊은 청교도인들에게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방대한 저술 활동을 통하여 영국과 미국의 개혁주의 신학을 비롯한 전 세계 여러 나라의 경건한 종교 개혁에 큰 영향을 주었다.
조엘 비키와 데렉 토머스가 총괄 편집하고, 스티븐 율이 편집한 윌리엄 퍼킨스 전집 1권은 “신구약성경의 다이제스트 또는 하모니”와 “그리스도와 마귀의 전투 혹은 그리스도의 시험에 대한 주석” 그리고 “그리스도의 산상수훈에 대한 경건하고 박학다식한 강해”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글에서 퍼킨스는 일종의 성경 연대기를 제시하는데(창세기부터 계시록까지), 시간, 고대 역사와 선지자들, 복음, 역사 전체의 요약 및 주목할 만한 도치 등을 담아내려고 했다. 두 번째 글은 마태복음 4장 1절에서 11절까지 그리스도께서 마귀의 시험에서 승리하신 본문을 자세히 주해한다. 세 번째 글은 이 책에서 가장 긴 글로 마태복음 5장 3절부터 7장 29절까지 그리스도의 산상수훈 말씀을 깊이 있고 풍부하게 설명한다. 전체적으로 퍼킨스의 설교는 제목처럼 “박학다식”하다. 본문의 단어, 구문, 표현 등을 정말 오래 붙들고 곱씹으며 거기서 끌어낼 수 있는 모든 교훈과 적용, 반대와 그에 대한 대답 등을 상세히 풀어낸다.
시편 기자는 “내가 주의 법을 어찌 그리 사랑하는지요 내가 그것을 종일 작은 소리로 읊조리나이다”라고 고백했다(시 119:97). 청교도인들의 글을 읽을 때, 시편 기자의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들은 정말 하나님 말씀을 사모한다. 그리고 그 말씀을 종일 묵상하며 그 안에 담긴 하나님의 깊은 지혜와 지식의 풍성함을 헤아린다. 청교도에게 큰 영향을 미친 퍼킨스의 글에서도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는 하나님의 주권을 높이 칭송하고, 그분의 풍성한 은혜를 찬양한다. 그러면서 인간의 한없는 죄악을 회개하고, 하나님 말씀의 심연에 깊이 빠져든다. 어떤 독자는 ‘이렇게까지 자세할 필요가 있을까? 여기서 이런 주제나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퍼킨스는 단순히 장황한 생각을 쏟아내는 게 아니다. 그는 하나님 말씀을 펼쳐 놓고 대화하는 것이다. 여러 가지 심상에 떠오르는 생각들에 하나님께서 본문을 통하여 어떻게 답해주시는지 작은 소리로 읊조리며 받아 적는 것이다.
퍼킨스의 저작은 교황주의와의 논쟁을 배경으로 한다. 그래서 로마 가톨릭이 교황의 말을 성경의 가르침보다 권위 있게 여기고, 믿음으로 하나님의 의를 받는 것이 아니라 여러 전통과 성례로 그 의를 사려고 하는 것의 문제를 아주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는 진리가 하나님의 양무리를 먹이고 인도하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원수로부터 보호하고 경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안다. 오늘날 기독교는 사랑과 관용의 종교로 변장하여 얼마나 많은 경우에 있어서 진리로 성도를 보호하고 세상을 책망하는 일을 내팽개치고 있는지 반성하게 한다. 예수님의 산상수훈은 당시 예수님의 청중에게 달콤한 가르침이 아니었다. 그들의 종교 체제에 관한 비판이었고 믿음으로 영생을 얻는 유일한 길에 관한 배타적인 선언이었다. 예수님은 분명 화평이 아니라 검을 주러 오셨다(마 10:34). 우리는 성령의 검을 적실하게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왜 청교도의 글이 이렇게 주목을 받고 사랑을 얻는 것일까? 모든 그리스도인의 강한 갈망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바쁘고 복잡한 현대인의 삶 속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깊이 사모하며 오래 묵상하는 즐거움을 모든 그리스도인은 갈망한다. 그들에게 헤아릴 수 없는 은혜를 베풀어주신 사랑의 하나님을 영혼 깊이 알기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없다. 여유가 없다. 마음은 원하는 데 육신이 약하다. 그런 우리에게 청교도의 글을 읽는 시간은 아주 잠시나마 갈망을 채우는 안식을 누리게 한다. 그리고 그들처럼 우리도 하나님을 사랑하여 그 말씀을 종일 읊조리게 되기를 더욱 갈급하게 한다. 도서출판 새언약에서 정말 귀한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에 감사하며, 이 시리즈를 읽는 모든 독자가 주 예수 그리스도를 더욱 사랑하고 말씀 가운데 자기 영광을 드러내시는 하나님 아버지를 아는 기쁨을 누리며 전심으로 그분을 찬양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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