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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교회를 찾아 헤매는 상처받은 영혼들

김경렬 | 2003.12.30 18:18

지난 11월부로 박사 학위 논문 마무리를 위해 교회 사역을 잠시 쉬게 되었습니다. 그 후 이런 저런 이유로, 여러 교회의 평신도들을 만나 잠간의 교제를 나누는 기회가 몇번 있었는데, 그분들과의 대화를 통해 저는 말할 수 없는 부끄러움과 더불어 큰 책임과 사명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엊그제 만난 어떤 남자 집사님은 구로동의 전자상가에서 전자부품 도매업을 하시는 분이었습니다. 이분과 식사 도중, 교회를 물으니 본래 부천의 어떤 교회에 오랫동안 다녔는데, 옮겨서 <분당우리교회>에 출석한다고 말씀하시더군요. 담임이신 이찬수 목사님은 제가 신대원 1년 마치고, 건강상 1년 휴학후 복학했을 때 같은 반으로 당시 반장일을 하신 친분이 있었던 분인데다, 요즘 주목받는 훌륭한 동기 목사이기에 제가 아주 반가와했습니다.

그리고 나선 왜 교회를 옮기시게 되었는지 물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대형교회에 사람들이 홍수처럼 몰려들고 있는 현상에 대해 많은 우려를 하면서, 성도들에게 가급적이면 바닥정신을 갖고 섬기는 목사님이 조금 불만족스럽더라도 자신이 있는 자리에 진정한 예배가 세워지고 찬양이 있게 하자고 강조하는 편입니다. 따라서 그 분에게도 크고 유명한 목사님을 찾아 교회를 옮기는 것도 좋지만, 섬기던 교회를 지켜 교회가 그 지역에서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사명을 감당케 하는 것도 좋지 않겠냐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분의 교회 이적에 대한 이유를 듣고는 차마 그렇게 말씀드릴 수가 없더군요. 그분처럼 훌륭한 성도도 찾아보기 드물듯 했습니다. 자리에 동석했던 제 남동생도 이렇게 훌륭하게 교회를 사랑하고 목사님을 섬기는 친구는 없을 것이라고 하더군요. 부천에서 섬기던 교회는 500명이 모이는 결코 작지 않은 교회였답니다. 거기서 목사님을 얼마나 극진히 섬겼는지 자원해서 목사님의 자가용을 몇 년동안 운전했다고 합니다. 매번 자기 사업도 제쳐두고 말입니다. 거기다가 해마다 거의 천만원이 넘는 돈을 목사님 필요하신대로 쓰시라고 드렸다고 합니다. 자기 사업이 그만큼 넉넉하지도 않는데도 말입니다. 이분이 뭔가 반대급부를 원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했더니, 본래 체질이더군요. 분당우리교회 앞으로 집을 이사해서, 이찬수 목사님도 그렇게 섬기고 싶어하는 마음으로 가득차 있더군요.

"집사님, 그런데도 왜 교회를 옮기셨나요?" 제가 궁금해서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망설이면서 이렇게 답하시더군요.

"저는 순수한 마음으로 그렇게 운전을 해드렸는데, 목사님의 사모님이 점점 저를 비인격적으로 대하시더군요. 나중에는 저보고, '야, 너 김 집사 좀 데리고와~', '야, 빨리 안오고 뭐해~'라고 하면서 저를 야! 야! 하고 부르면서, 별 일을 다 시키는 바람에 도저히 더 이상 모시고 다닐 수 없어서 그만 둔뒤 아예 교회를 옮겼습니다. 거기다 목사님은 좀 낫긴 했어도 사실은 마찬가지로 대하시고요. 그 이전에 참 신실하신 형님으로 모신 집사님이 교회를 옮기셨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똑같은 이유더군요."

그 집사님은 그 교회에서 도무지 은혜와 감동을 받지를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주의 종 잘 섬기고 주의 몸된 교회 오로지 잘 봉사해야한다는 사명감 하나로 기쁘게 교회를 다녔다고 합니다. 그런데, 더 이상 견디기가 어려울 정도로 답답하고 이대로 가다간 자신이 영적으로 말라죽을 것 같다는 절박감에, 인터넷으로 '참다운 목자'를 찾아다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언젠가 기독교 방송을 통해 큰 은혜를 받았던 이찬수 목사님이 분당에 개척해서 사람들이 큰 위로와 감동을 받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달려갔다고 합니다.

첫날 설교와 예배를 통해, 너무나 많은 은혜를 받고 계속 울었다고 하군요. 그 후로 몇 달 동안 삶의 기쁨을 회복했다고 합니다. 이제는 살 것 같고, 희망도 보이고, 절대 퇴보하진 않겠다는 확신이 들어 제 남동생에게도 분당우리교회에 출석하자고 권하더군요. 제 남동생이 다니는 부천의 모 성결교회도 사람들이 꽤 모이는데, 나주에서 올라온 뒤로 4년째 다니지만, 아무런 비전이 제시되지 않고, 영적 감동도 없고, 흥도 안나고 해서 부부가 신앙이 오히려 퇴보했다고 답답해 하던 차에 있었거든요.

그분의 말을 듣고, 정말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이렇게 훌륭한 성도를 결국 떠나게 하는 목회자는 바보 아닌가? 도대체 얼마나 크게 상처받고 실망을 했으면, 결국은 떠날 결심을 하게 되었을까? 세상에 어떻게 목회자 사모가 그토록 자원해서 열심으로 섬기는 집사님을 '야, 야'라고 호칭하며 비인격적으로 대했을까? 이런 목사와 사모가 다른 성도들은 얼마나 많은 상처를 줬을까? 참으로 기가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아 제가 그 자리에서 그 목사님을 대신해서 거듭거듭 용서를 빌었습니다.

한달 전쯤에는 분당에서 몇분의 집사님들과 교제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때에도 몇몇 집사님들의 교회 고민은 정말 심각했습니다. 어떤 집사님은 잠실의 300명쯤 모이는 어떤 교회를 다니는데, 교회 목사님께서 자기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주려고 유학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자신은 정작 은퇴할 나이가 되어서 온갖 편법을 써서 아들이 올때까지 5년을 잡고 버틸 계산으로 있다고 하더군요. 그것 외에는 교회가 아무런 소망도 비전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너무나 답답해하고 한탄하시더군요. 그 집사님도 재정관리를 맡는 등, 교회의 핵심 안수 집사님으로 오랫동안 섬겨오신 신실하신 분이었습니다. 대화 중에 겸손과 신실함이 투명하게 엿보이신 훌륭한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교회 안수집사님들과 몇분의 장로님들이 목사님께 몇가지 건의를 올렸답니다. 담임 목사의 아들이 와서 후임으로 일해도 좋으니 그 전에 5년간의 기간 동안 새로운 임시 담임 목사님이라도 모셔서 교회를 활기있게 만들어보자고 했답니다. 사실 목회자 세계를 잘 아는 사람들 입장에서 볼 때는 무리한 요구이긴 합니다. 하지만, 사실 교회가 최악의 상태로 계속 갈 수는 없기에 절박한 심정으로 타협안을 내놓은거라는군요. 당연히 거절 당했고 그 뒤 여러 교회의 중진급 성도들이 교회를 결국 떠났다고 합니다. 이 분도 교회를 떠날 결심을 하고 찾고 있더군요. 이 분한테도 제가 차마 교회를 옮기지 마시라고 말을 못드렸습니다. 왜냐하면, 담임목사의 아들이 온다한들, 제가 볼 때는 더 이상 아무런 비전이 없는 교회인 듯 했기 때문입니다.

그외 다른 분들도 이런 저런 비슷한 이유, 한마디로 말하면, 목회자에게 깊은 상처를 받고 크게 실망하고 또한 교회 내에서 이런저런 상처로 인해, 그리고 비전없이 죽어가는 교회에서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결국은 교회를 옮기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대형교회로의 수평이동을 절박한 심정으로 반대하고 우려하는 저로서는, 평신도들이 현재 처해있는 이런 현실 앞에서 눈물만 나올 뿐이더군요.

이렇듯, 현재 우리 한국 교회에 저렇게 가슴에 시퍼렇게 멍이 들어서 울고 있는 영혼들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가슴 속 깊이 새겨놓아야할 것 같습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서 세계 1위 미국을 이제 1%차만 넘으면 역전시키는 이혼율, 소돔과 고모라 성보다 더한 자포자기적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듯 심지어 주택가 근처까지 난립하는 러브호텔들, 차떼기와 정쟁으로 대한민국을 포기하게 만드는 정치판, 어른들에 의해 한강으로 내 던져진 순결하고 가여운 두 어린 영혼(동작대교를 건너오면서, 이 어린 영혼들이 던져진 한강을 바라보며, 얼마나 추웠을까, 얼마나 추웠을까 하며 눈물이 그치지 않더군요). . . 어디를 보아도 희망이 안보입니다.

그러나 사실은 모두가 이 사회가 미쳐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있습니다. 또한 자신도 공범자 임을 모든 사람들이 다 인정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상황에서, 사람들이 누군가 자신을 감동시켜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감자탕 교회에 비그리스도인까지 나서서 모두가 열광하고, 잡음없는 목회자 승계로 감동을 준 사랑의 교회를 주목하고 있으며, 펼치기가 무섭기만 한 신문 지면에서 혹시 그런 따뜻한 소식 한쪼가리라도 없나하고 찾아본다고 믿습니다. 우리 사회가 감동에 굶주려 있고, 위로받고 싶어하고 꿈을 되찾고 싶어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도대체 사람들이 어디에서 소망을 찾고, 위로를 얻으며, 감동이 있는 비전을 찾겠습니까? 하나님이 세우신 이 주님의 몸된 교회가 아니라면 말입니다. 점술, 역술, 푸닥거리, 사이비 종교, 로또, 경마, 대빡. . . 처음부터 거짓말 한 자의 온갖 거짓들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 목회자들이 조직의 보스나 되는 마냥 군림하고, 다스리고, 그저 삯군 목자가 되어 많은 사례나 받는데 혈안이 되어있어 있기만 한다면, 목자없는 양처럼 유리하는 불쌍하고 가련한 영혼들은 여전히 쉴 곳이 없을 것입니다.

2천년전과 똑같이 지금도 예수님께서 이렇게 탄식하시는 소리가 들립니다.

"예수께서 모든 성과 촌에 두루 다니사 저희 회당에서 가르치시며 천국 복음을 전파하시며 모든 병과 모든 약한 것을 고치시니라 무리를 보시고 민망히 여기시니 이는 저희가 목자 없는 양과 같이 고생하며 유리함이라" (마 9:3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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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를 찾아 헤매는 상처받은 영혼들 김경렬 2003.12.30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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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답글 감사합니다. 좀전에 '크리스찬북뉴스.kr' 도메인 등록했습니다. 채천석 2003.11.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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