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 송광택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바울의 교회 글향기도서관 담당 목사
    한국기독교작가협회 고문대표 저서: 목회자 독서법(한언)
    E-mail songrex@hanmail.net

장기려, 그는 누구인가?

송광택 | 2007.04.11 15:46

장기려, 그 사람
지강유철
홍성사

장기려, 그는 누구인가? 그는 한 사람의 진실한 그리스도인으로서 매우 독특한 족적을 남긴 의사다. 그는 여러 가지 면에서 독특하고 특별한 인물이었다. 그에 많은 기록과 그의 신앙과 삶에 대한 증언, 그리고 그 자신의 언행과 남긴 글들의 이를 관한 보여준다.
본서 <장기려, 그 사람>은 장기려 본인의 모습을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려고 시도한 신앙인물 보고서요 평전이며 감동적인 전기이다.
그에 관하여 잘 모르는 젊은 세대를 위해 먼저 사전적 자료를 이 자리에 소개한다. 브리태니커사전은  장기려 박사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의사. 숨지기 전까지 가난하고 소외받는 사람들에게 박애와 봉사정신으로 인술을 펼쳐 '한국의 슈바이처', '살아 있는 성자'로 불렸다. 1968년 한국 최초의 민간주도 의료보험조합인 청십자의료보험조합을 설립해 성공적으로 운영, 개발도상국 국민의료보험 실현에 선구적 모델을 제시했는데 당시 청십자의료보험 조합원들은 모두 영세민들이었다. 그는 또한 1959년 국내 최초로 간대량절제술에 성공함으로써 한국 의학 발전에도 기여했다. 그의 일생을 지배한 것은 기독교에 뿌리를 둔 박애정신이었다.
그는 평안북도 용천군 양하면 입암리에서 태어났다. 송도고보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의 전신인 경성의학전문학교에 입학, 수석으로 졸업하고, 한국 현대의학의 개척자인 백인제 박사 문하에 들어가 외과학을 공부했다. 1940년 3월부터 평양의과대학 외과 교수와 평양도립병원장을 지내다 1950년 1·4 후퇴 때 평양에 부인과 2남 3녀를 남겨둔 채 차남만을 데리고 피난, 결국 이산가족이 되었다.
부산에 정착한 그는 1951년에는 피난민들을 위해 영도에 복음병원을, 1958년에는 행려병자를 위해 토성동에 행려병자 진료소를 차려 무료진료를 하는 한편 1959년에는 기독의사회를 조직해 인술의 전파에 노력했다. 1975년에는 부산 수정동에 청십자병원을 설립해 직접 환자들을 진료했으며, 노년에 이르러 중풍과 당뇨병에 시달리면서도 마지막까지 가난한 이들을 진료하는 데 힘썼다.
감동적인 그의 인술활동이 전세계로 알려져 1979년에는 필리핀 정부로부터 막사이사이 사회봉사상을 수상, 한국의 성자로 칭송받았다. 장미회(간질환자 치료모임) 창설, 부산 생명의 전화 설립, 장애자재활협회 부산지부 창립에도 앞장선 그는 서울대학교, 가톨릭대학교, 부산대학교, 부산 인제대학교 등에서 강의했다. 주위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재혼하지 않고 지내던 그는 1991년 미국에 사는 조카를 통해 북한의 가족들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지만 끝내 그들을 만나지 못한 채 숨을 거두었다”(이하 생략). (참고 : 브리태니커 www.britannica.co.kr). 먼저 그가 사랑의 인술을 편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그의 면모를 살펴보자.

돈 없는 환자를 도망시키다

어느 날, 복음병원에서 회진을 하러 가던 기려는 벌써 며칠 전에 퇴원을 해도 좋다고 지시한 환자가 그대로 있는 것을 보았다. "아니, 당신 아직 퇴원 안하고 뭘하노. 수술 경과도 썩 좋았는데..." 환자는 기려를 보자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서무과에서 퇴원을 못한다고 합니다. 모자라는 입원비를 가져올 때까지 신분증을 보관한다고 가져갔습니다." "뭐라고요?" 회진하던 발걸음을 서무과로 돌린 기려는 벼락같은 고함을 질렀다. "여기가 병원이지 세무서냐?" 화가 난 기려는 사무실의 책상을 엎어버렸다. 언제나 온화하고 인자한 원장이 이처럼 화를 내는 모습을 직원들은 처음 보았다.
엎어진 서랍 속에서 모자라는 입원비 대신 받아둔 반지나, 시계, 목걸이 들이 나왔다. 기려는 그것을 보자 현기증을 느끼며 걸상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기려가 환자를 돌보는 일에만 열중해 있는 동안 병원은 무료의 뜻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당장 병원 문을 활짝 열고 가난한 사람들이 마음대로 드나들게 만들었다.
그가 청십자병원 원장으로 있을 때였다. 그가 돈을 돌보지 않는 버릇은 여전하여서 돈이 없다고 사정하면 누구든 무료로 치료해주었다. 환자 가운데에는 돈이 있으면서도 없다고 하는 사람도 더러 있을 정도였다. 손에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고 와서 그렇게 사정을 해도 기려는 그의 말을 믿어 주었다. 옆에서 보는 직원들이 속고 있는 원장이 하도 답답하여 '원장님, 그 환자가 정말 돈이 없는 환잔 줄 아세요? 손에 다이아몬드 반지를 낀 걸 못 보셨어요?' 하면 '보았지, 하지만 그가 지금 돈이 없다고 하면 그대로 믿어야지'할 정도였다.
이런 일 때문에 정말 딱한 지경에 처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 경남 거창에 살고 있는 한 가난한 농부는 입원비가 밀려 퇴원할 수가 없었다. 생각다 못한 그는 기려를 찾아가 하소연 하였다. "모자라는 돈은 벌어서 갚겠다고 해도 믿지 않습니다." 환자의 사정을 들어본 기려는 마침 주머니에 돈도 없고 하여 한 가지 묘안을 알려주었다. "그냥 살짝 도망쳐 나가시오. 밤에 문을 열어줄 테니." 농부는 원장의 이 말에 깜짝 놀라 더듬거렸다. "그렇지만 어찌 그럴 수가..." "할 수 없는 일 아닌가? 낼 돈은 없고, 병원 방침은 통하지 않고, 당신이 빨리 집에 가서 일을 해야 가족들이 살 것 아니오." 농부는 기려의 말에 눈물을 흘리며 고마워했다. 그날 밤 기려는 서무과 직원들이 모두 퇴원하고 난 뒤, 병원의 뒷문을 살그머니 열어놓았다. 밤이 이슥해지자 이불 보퉁이를 든 가족과 환자가 머뭇거리며 나타났다. 어둠속에서 기려가 가만히 농부의 거친 손을 잡았다. "얼마 안 되지만 차비요. 가서 열심히 일 하시오." 농부의 가족은 가슴이 막히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이었다. "원장님, 106호 환자가 간밤에 도망쳤습니다." 간호원의 말을 듣고 서무과 직원이 원장실로 뛰어왔다. "내가 도망치라고 문을 열어주었소." 기려는 겸연쩍은 듯 웃으며 말했다.
"다 나은 환자를 병원에 붙들고 있으면 그 가족들은 어떻게 살겠소? 빨리 가서 농사를 지어야 가족들 고생도 덜지. 지금이 한창 농번기인데....." 서무과 직원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원장실을 나왔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처음과는 달리 웃음이 번져 있었다. 여느 병원보다 월급이 적은데도 기쁘게 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병은 약이 아닌 사랑의 손길로

거제보건원의 정희섭 원장은 기려가 월남해 왔을 때 부산 제 3 육군 병원의 원장으로 기려를 받아주었던 사람이다. 그런 인연으로 기려는 2주일에 이틀씩만 거제도에서 환자를 보기로 했다. 그가 오는 날은 병원이 장날처럼 붐볐다. 외딴 섬마을에서 오는 환자들은 바람이 불어서 배를 탈 수 없을까 걱정되어, 미리 병원 가까운 여관에 들기도 했다. 어느 할머니는 손자가 수술을 받고 퇴원하게 되는 날, 손수건에 달걀 3개를 싸와서 기려의 손에 쥐어 주었다. "선생님, 우리 삼대독자를 살려주셔서 참말로 고맙습니다." 기려는 순간 할머니의 얼굴에서 기도로 키워주신 할머니의 모습을 보았다. "할머니, 손자의 병은 제가 낫게 한 것이 아닙니다. 저는 그저 조금 도와주었을 뿐입니다." "무슨 말씀을요. 선생님이 수술하여 우리 손자를 안 살렸습니까?" 기려는 웃으며 설명했다. "할머니, 우리 몸에는 자기 스스로 낫게 하는 힘이 있답니다. 그 힘이 없다면 의사는 아주 작은 수술도 못한답니다. 할머니는 칼을 쓰시다가 혹 손을 벤 일이 있었지요?" "암, 있고 말고요." 할머니는 유명한 박사님이 이렇게 친절하게 물어오는 것이 고마워서 자세하게 대답하였다. "어디 약을 바르고 할 틈이 있습니까? 피가 멈추게 꼭 싸매두고 일을 하다보면 언제 나았는지 모르게 말짱해졌지." 할머니는 손가락의 상처 자국을 찾아내려고 앙상한 손을 펴서 들여다 보았다. "알 듯도 하지만 그래도 이상하네요. 우리 손자를 선생님이 분명히 살려내시고도 그 공이 아니라고만 하시니...." 할머니가 두고 간 달걀 3개의 마음은 기려가 무의촌을 찾을 때마다 떠올랐다. "환자는 의사가 조금만 친절하게 해주어도 고마워한다네. 그 고마워하는 마음이 병을 빨리 낫게 하는데 큰 몫을 하지. 훌륭한 의사가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네. 의사로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네." 이것은 기려가 무의촌을 다니면서 깨닫게 된 것을 의사가 되려는 학생들에게 심어주는 말이었다.  
박홍규 교수(영남대·법학)는 <‘무소유의 자유인’ 장기려>라는 글에서 장기려를 이렇게 평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자신을 철저히 희생하면서 가난한 사람들을 평생 도운 점은 물론이고, 서울대 교수직을 비롯하여 그에게 주어진 모든 영예를 거부하고 오로지 빈민을 위한 병원의 원장으로서 봉사했고, 심지어 병원 직원들이 능력껏 일하고 필요한 만큼 가져가도록 했으며, 교회 장로로서 교회의 모든 직원 월급을 동일하게 지급한 점, 나아가 정부가 의료보험을 시작하기 10년 전에 가난한 환자들을 위해 의료보험조합을 시작한 점 등이 지금 우리에게는 더욱 돋보인다.(중략)
특히 최근 장기려에 대한 방대한 평전을 쓴 지강유철의 연구에 의해 새로 밝혀진 만년의 ‘종들의 모임’ 활동은 그가 제도권 교회를 떠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가장 충실하게 따른 신앙인이라는 점에서 비신도인 나도 놀랍다. ‘종들의 모임’이라는 이름도 장기려가 굳이 붙인 이름이고 사실 그 실체에 대해서는 인터넷은커녕 그 어디에서도 전혀 알려진 바 없다. 교단 이름도, 교회 건물도, 목회자 관사도, 교회 규칙도, 홍보활동도, 역사기록도 없이 160여개 나라에서 선교해온 그 목회자들은 떠돌이처럼 살면서 자신들을 원하는 집에서 아이 어른 함께 모여 예배를 올려왔다. 그곳에 참석한 어느 목사가 그곳 사람들이 아무도 넥타이를 매지 않았다는 이유로 돌아가자 장기려는 ‘예수가 넥타이 매었느냐’고 질타했다.”
본서는 "한국의 슈바이처", "바보 의사", "작은 예수" 등으로 알려진 성산 장기려 선생의 평전이다. 저자 지강유철은 장기려 선생에 대한 2차 문헌에만 의존하지 않고 일기, 노트, 잡지 등의 기고글 및 그의 주변 인물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선생의 '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드러내려고 노력했다.
평생 사회봉사와 의료사업 발전에 헌신한 그를 세상 사람들은 ‘의사’나 ‘사회사업가’로 부를지 모른다. 그러나 본서가 보여주는 장기려는 그 이상이다. ‘바보 의사’ 장기려, 그의 삶과 신앙은 죽어서도 말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교회와 복음의 본질에 관하여 생각하게 한다. 혹자에게 그 물음은 부담이요 혹자에게는 도전이리라. 어찌되었든 그의 목소리를 이 책을 통해 다시 들을 수 있다는 것은 큰 행복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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