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 신성욱계명대 영문학, 총신신대원, 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구약 Th.M 수학), Calvin Theological Seminary(신약 Th.M), University of Pretoria(설교학 Ph.D), 「이동원 목사의 설교 세계」(두란노, 2014), 현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설교학 교수

유명세에 속지 말자!

신성욱 | 2022.06.26 07:39

오늘은 우리 학교 신대원 동문회 회장 목사와 춘천엘 가기로 계획되어 있었다. 거기 동문회 총무 목사가 우리를 초청했기 때문이다. 어젯밤부터 오늘 폭우가 쏟아진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혹시라도 비가 와서 소풍이 취소될까봐 하루 전날 밤부터 새벽까지 창문을 열어보며 안절부절했던 때가 생각났다. 다행히 새벽부터 오전까지 비가 오지 않았다. 학교에 도착한 11시까지도 비가 올 생각도 하지 않았다.

 

학교 주차장에서 동문회 회장 목사 차에 올라타서 같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춘천엘 갔다. 어린 시절 이모님 댁이 있어서 가끔씩 놀러온 곳이다 보니 춘천은 내 마음의 고향과도 같았다. 4년 만의 방문인데 옛 추억이 남아 있어서 그런지 나름 가슴이 설렜다. 춘천이라 하면 생각나는 명물이 몇 가지 있다. 춘천닭갈비, 감자떡, 막국수, 소양강, 호반의 도시 등등이다. 춘천닭갈비 식당으로 오라고 해서 거기서 목사님과 사모님을 만났다.

 

사모님은 처음 보는 분인데 아주 싹싹하고 친절하셨다. 10분 전에 도착하셔서 닭갈비가 익어가고 있었다. 아침도 먹지 않고 떠났기에 군침이 절로 돌았다. 춘천닭갈비 하면 제일 유명한 식당이 통나무집 닭갈비로 알고 있다. 그런데 목사님 부부가 초청한 식당은 전혀 다른 곳이었다. 춘천에 사는 분이라면 통나무집 닭갈비 식당으로 인도했을 텐데 왜 이름도 나지 않은 다른 식당으로 우릴 데려왔는지 궁금했다.

 

대접 받을 때가 많기에 어느 지역엔 뭐가 유명하고 어느 식당이 최고의 맛집인지 꽤 많이 알고 있는 편이다. 때문에 어째서 통나무집 닭갈비 식당이 아닌 그곳이었는지에 대한 내 의문의 마음을 꿰뚫어 보았는지 목사님이 이유를 설명했다. 춘천에서 제일 맛있는 집으로 알려진 그곳은 사람들이 줄을 많이 서서 기다리니 시간낭비가 많기도 하고, 또 자기가 초청한 그 식당이 덜 알려지긴 했으나 실상은 제일 맛있는 식당이라 거기로 초대했다고 설명했다.

 

베스트셀러로 알려진 책이 반드시 최고의 책은 아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얘기가 있다. 유명한 곳과 맛있는 집이 항상 일치하진 않음도 알고 있다. 사람들은 유명한 것이나 장소나 인물을 좋아한다. 유명하기만 하면 모든 것이 묵과되고 인정되는 세상이다.

2005, 폴란드 쇼팽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젊은 한국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대회 후에 한 인터뷰 내용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다음의 내용 말이다. “유명해지는 게 매력적이긴 하지만 파리에서 유명한 연주자들 공연을 보고 실망한 적이 많았다. 그래서 좋은 연주가가 되기로 했다. 음악이 우선인 좋은 음악가가 되고 싶다. 끝까지 좋은 음악을 연구하고 싶다.”

유명한 연주가보다는 좋은 연주가가 되기를 더 바란다고 했다. 명언이다. 그리스도인들과 목회자들이 명심해야 할 소중한 말이다.

 

우리 가운데 유명한 사람이 되길 원치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신학을 공부하는 목회자들 가운데 유명한 목회자, 유명한 설교자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 목사들이 몇이나 될까?

내가 알고 확인한 유명한 이들 중 이름값을 제대로 하는 이는 극히 드물었다. 유명한 목사, 유명한 교수, 세계적인 학자라 해서 속아선 안 된다. 숨은 실력자, 드러나지 않은 탁월한 재는의 소유자들이 적지 않다.

 

이름만 알려졌을 뿐 속빈 강정처럼 실속 없는 이들을 대놓고 추종하거나 부러워하지 말고 차근차근 겸손하게 실력을 쌓는 일이 더없이 소중하다.

유명한 사람보다는 좋은 사람이 되길 애써보라. 신학생이나 목회자라면 유명한 목회자보다 좋은 목회자가 되려 힘써보라. 매주 설교를 하는 이라면 유명한 설교자보다 좋은 설교자가 되기를 바란다. 이때 좋은 설교자란 모든 이들에게 유익한 설교자를 뜻한다.

 

아무리 본문에 충실하고 맛깔스럽게 전달되는 설교라 할지라도 성도들의 삶과 영혼에 유익을 주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유명한’(famous)이란 단어보다 더 귀한 말은 좋은’(good)이다. 태초에 천지를 창조하시고 짐승과 새를 창조하신 하나님은 보시기에 좋았더라’”고 하셨다. 마지막 날 사람을 창조하시곤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고 하셨다. 이 때 사용된 좋았더라란 히브리어 단어가 토브’(טוֹב)이다.

 

이건 하나님 마음 뿐 아니라 온 우주와 사람들의 마음을 흡족케 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단어이다. 탁월하면 뭐하나? 유명하면 뭐하나? 별 것 아닌 실력 가지고 뻐기는 이들이 너무도 많다. 유명세 하나 있다고 남들을 무시하고 얕잡아 보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유명하기보다 모든 이들이 보기에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최고다.

춘천에서 차를 타고 오다가 재미있는 간판 두 개를 보았다.

 

하나는 베레쉬트라는 한글과 괄호 속의 히브리어 단어(בְּרֵאשִׁית)로 된 간판이고, 다른 하나는 토브라는 괄호 속의 히브리어 단어(טוֹב)로 된 간판이다. 보기만 해도 은혜가 되고 기분 좋은 간판명이었다.

유명세에 속지 말고 하나님과 사람들이 보기에 좋은 사람, 좋은 그리스도인, 좋은 목회자, 좋은 설교자로 거듭나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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