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 신성욱계명대 영문학, 총신신대원, 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구약 Th.M 수학), Calvin Theological Seminary(신약 Th.M), University of Pretoria(설교학 Ph.D), 「이동원 목사의 설교 세계」(두란노, 2014), 현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설교학 교수

신뢰회복이 급선무

신성욱 | 2022.01.21 06:23
살다보면 숨이 꼴깍 넘어갈 때까지 가슴을 졸이며 애태워야 할 정도로 삶이 버거운 순간이 있다. 그럴 땐 평소 하나님을 찾지 않던 사람까지도 절박하게 하나님께 도움을 요청하기 마련이다. 
한동대 김영길 총장의 부인인 김영애 사모에게도 그런 다급한 순간이 있었다. 2000년 가을 김영길 총장이 징역 4년을 구형받고 불구속 기소된 적이 있다. 

설상가상으로 그 소식을 접한 바로 다음 날, 모 금융회사에서 10억짜리 어음을 내일 돌리겠다는 통고를 해왔다. 남편의 4년 구형 소식보다 당장 10억을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 다급한 상황을 어떻게든 해결해보려고 김영애 사모는 말씀을 붙들고 기도하면서 주위에 사정을 알린다. 그 결과 기적같이 미국의 지인에게서 반나절 만에 10억을 송금 받아 불가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김지찬, 『믿다, 살다, 웃다』 (국제제자훈련원, 2019), 146-47). 

당시 절박했던 상황을 김 사모는 이렇게 간증한다.
“지금 생각해도 부도 직전에 위기를 막아주신 하나님의 방법은 기묘하고도 숨 가빴다. ‘와 우리 하나님은 참으로 살아계신 하나님이시다.’ 지옥 같은 절망을 맛보다가 천국으로 올라온 기분이었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은 얼마나 변덕스러운지 나는 하나님께 서러운 투정을 부렸다. ‘하나님! 이렇게 주실 바에야 진즉 좀 주시지. 

꼭 입이 바짝 타들어가고 피가 마르듯 애태운 뒤에야 주십니까?’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나는 너희에게 안 속는다. 진즉 주면 내가 한 일일 줄 너희가 알겠느냐? 나는 너희가 끝까지 나를 신뢰하는 것을 보기 원한단다.’(김영애, 『구름기둥』 (두란노, 2014), 94)
이 간증을 읽는 순간 내 속에서 조용한 웃음이 터져 나옴을 감지할 수 있었다. 김 사모나 내가 섬기고 있는 하나님이 다른 분이 아님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어쩜 그리 똑같은 하나님을 경험하고 사는 건지! 그렇다. 
우리 하나님은 그런 분이시다. 가끔씩 통 크고 시원하게 미리 알아서 해결해 주실 때도 분명 있긴 하지만, 거의 대부분이 속을 끓게 하고 애를 태우게 하신 후 데드라인이 임박했을 때에야 비로소 문제를 해결해 주시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그런 하나님을 수 없이 경험해봐서 너무도 잘 안다. 

10년간의 유학생활과 목회사역을 마친 후 아이들이 어릴 때 한국에 돌아와 9년간 함께 산 적이 있다. 월세로 살던 집을 약 7년 만에 전세로 바꾸게 해주셨다. 하지만 2년마다 아파트 주인으로부터 만기 1달 전에 전세값 올려달라는 통보를 받을 때가 있었다. 당시 우리가 살던 아파트 가격이 전국에서 제일 폭등하던 때여서 시간 강사가 버는 돈으론 수천 만 원을 올려줄 수가 없었다. 1월 13일이 만기여서 12월이 되면 어김없이 전세 올려달라는 통보를 받곤 한다.

해마다 추운 겨울이 오면 우리 마음도 얼어붙게 되는 순간이다. 주인이 전세 올려달라는 전화를 하는 때면 속으로 절박하게 기도한다. “하나님, 우리 이사할 수 없는 형편 아시죠? 수천 만 원 전세값 올려줄 형편 못되는 것도 아시죠? 알아서 해주세요. 배째세요.” 
이렇게 ‘배째라!’는 식으로 기도하기 일쑤였다. 
‘배째라!’는 말은 문자 그대로 이해하면 참 끔찍스럽고 무서운 단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난 이 단어를 좋아하게 됐다. 몽골국제대 부총장인 이용규 선교사가 쓴 베스트셀러 『내려놓음』이란 책을 읽은 이후로부터 말이다. 거기 보면 재미있고 감동적인 내용이 나온다. ‘우리가 시험을 만나면 하나님이 정해놓으신 데드라인까지 참고 견디지 못한 채 인간적인 수단과 방법으로 해결하려 할 때가 많다. 하지만 ’배째라!‘ 하면서 하나님이 시험하시는 막다른 골목까지 기도와 인내로 버티면 예기치 못한 기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런 내용으로 기억한다. 그 내용이 얼마나 내게 은혜가 되고 도전이 되었는지 모른다. 이후로 난 <‘배째라’의 기도>를 자주자주 활용해왔고, 정말 이용규 선교사가 표현했던 기적 같은 체험들을 자주 맛보았다. 
2년마다 통보받는 전세값 올려달라는 요청에도 하나님이 기적같이 역사하시어 애들 교육을 위해 집사람이 다시 미국으로 떠나기까지 9년간 이사하지 않게 해주셨음은 물론이다.

기도할 때마다 바로바로 응답해 주시면 얼마나 좋으련만, 우리 하나님은 당신의 백성들의 숨이 꼴깍 넘어가기 직전에야 들어주실 때가 많으신 분이 틀림없다. 
자판기에 동전을 넣으면 선택한 물건이 즉각즉각 떨어지듯이 시원하게 응답해 주시는 하나님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우리 하나님은 어째서 우리가 어려울 때마다 즉시 해결해 주시기는커녕 애태우며 가슴 졸이게 하는 때가 많으신 걸까?

김영애 사모의 간증내용이 생각난다. ‘나는 너희에게 안 속는다. 진즉 주면 내가 한 일일 줄 너희가 알겠느냐? 나는 너희가 끝까지 나를 신뢰하는 것을 보기 원한단다.’
사사기 7장 2절의 말씀을 연상케 하는 말이다. “여호와께서 기드온에게 이르시되 너를 따르는 백성이 너무 많은즉 내가 그들의 손에 미디안 사람을 넘겨주지 아니하리니 이는 ‘이스라엘이 나를 거슬러 스스로 자랑하기를 내 손이 나를 구원하였다’ 할까 함이니라.”

미디안 연합군 13,5000명이 이스라엘을 침략을 했을 때 하나님은 그들과 대적할 군사의 수를 300명으로 팍 줄여버리셨다. ‘13만 5천 명대 300명.’ 이건 정말 말이 안 되는 중과부적의 싸움이다. 역사상 이렇게 불리한 전투는 없었다. 하나님이 그렇게 하신 이유가 뭘까? 그 답이 7장 2절에 나와 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일당백의 용사들’이다. 100대 1의 싸움에서 이기는 정도는 그들에게 불가능이 아니라는 생각들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하나님은 ‘450대 1’이라는 절대적으로 불리하고 불가능한 막다른 골목으로 그들을 몰아붙이신 것이다. 그런 전쟁에서 승리했을 때에라야 비로소 이스라엘 백성들이 자신들의 힘이 아니라 여호와 하나님의 능력에 의해서 이겼다고 인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모든 게 그들의 교만으로 인해서 빚어진 비극적 현상이다. 쉽게 말하면 우리가 하나님으로부터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단 말이다.

인간을 창조하신 창조주 하나님보다 사람을 더 잘 아실 이가 또 있을까? 김영애 사모의 말대로 우리 하나님은 절대 속지 않으신다.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너무도 잘 아시기 때문이다. 우리의 급선무는 ‘즉각즉각 기도응답’에 있지 않고 ‘하나님으로부터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음’이다. 그 어떤 순간에도 하나님의 도우심과 은혜의 역사임을 인정하고 확고하게 그분을 신뢰하며 순종함이 그분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지름길임을 믿는다. 

오늘도 하나님께 신뢰를 되찾고 인정받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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