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 신성욱계명대 영문학, 총신신대원, 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구약 Th.M 수학), Calvin Theological Seminary(신약 Th.M), University of Pretoria(설교학 Ph.D), 「이동원 목사의 설교 세계」(두란노, 2014), 현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설교학 교수
반칠환의 시 ‘새해 첫 기적’과 달란트 비유
*새해 첫 기적 /반칠환/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 날 한 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
이 시는 해석이 쉬울 것 같지만 결코 쉽지 않은 내용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시를 해석해보라 하면 각기 다른 반응이 나옴을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시의 내용을 잘 들여다보면 시인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여기서 우리는 황새나 말이나 거북이나 달팽이나 굼벵이가 최선을 다해 열심히 가는 모습을 봐요. 만일 이것을 ‘거리’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황새가 가장 멀리 날아갔을 것이고, 맨 밑에 나오는 바위는 아예 한 일이 없는 놈팽이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시는 거리의 관점에서 봐선 안 되고 일단은 ‘시간’의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각기 열심히 움직였는데 모두가 새해 첫날을 맞았거든요. 가만히 앉아 있었던 바위에게도 첫날이 왔다는 사실을 놓치지 말아야 해요. 이 시의 힌트는 맨 마지막 연에 있어요. 바위를 다른 것들과는 달리 한 칸 띄운 채 맨 나중에 위치해둔 저자의 의도가 뭔지 신경 써야 해요.
주께서 다섯 달란트 남긴 사람과 두 달란트 남긴 사람을 똑같이 칭찬하신 이유와도 같음을 기억해야 해요.
이것은 각자 자신의 재능과 사명이 다 다름을 보여주는 거예요.
황새, 말, 거북이, 달팽이, 굼벵이, 그리고 바위는 저마다 타고난 각기 다른 재능과 역할이 있단 말이죠. 황새는 날아야 하고 말은 뛰어야 하고 거북이는 걸어야 하고 달팽이는 기어야 하고 굼벵이는 굴러야 하고, 바위는 듬직하게 그 자리에 위치해야 하는 게 정상이에요.
거북이가 황새처럼 날려 하거나 말처럼 뛰려 한다면 그건 격에 맞지 않는 거지요.
황새가 굼벵이처럼 기려 한다면 어떻게 되겠어요?
매일 일 년 내내 황새든 말이든 거북이든 달팽이든 굼벵이든 바위든 각기 저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한 거지요. 괜히 남과 비교해서 주눅이 들거나 기가 죽을 이유가 없어요. 남보다 덜 남겼다고 죄책감 가질 필요도 없는 거구요.
오늘 본문에 나오는 한 달란트 받은 청지기를 보세요.
왜 한 달란트 그대로 묻어두었다가 주인에게 결산보고를 드릴 때 “악하고 게으른 종아!”라고 정죄를 받은 지 아세요? 비교의식 때문이에요. 누군 다섯 달란트와 두 달란트를 주고 자기는 달랑 한 달란트 줬다는 거지요.
그래서 주인을 사람 차별하는 나쁜 사람으로 보고 주인을 위해 땀 흘리고 일하지 않은 거예요. 원래부터 그가 게으른 사람이 아니었다구요. 일부러 일하지 않고 게을러버린 거예요.
그의 관점에서 본다면 두 달란트 받아서 열심히 일해 두 달란트 남긴 청지기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그 역시 다섯 달란트 받은 청지기와 비교했을 땐 역시 주인에게 불평거리가 있지 않았겠어요? 그러나 그는 다섯 달란트 받은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았어요. 예수님의 말씀대로 주인은 각기 그 재능을 충분히 고려해서 그의 역량에 맞는 만큼의 현금을 준 거지요.
다섯 달란트 남길 능력이 없는 사람한테 다섯 달란트를 주는 것은 저주가 되겠지요.
다섯 달란트 남길 수 있는 사람에게 한 달란트만 준다면 어떻게 되겠어요? 그건 엄청 손해나는 일 아니겠어요? 한 달란트 받은 사람도 최선을 다했다면 한 달란트 남길 수 있었기에 한 달란트를 주신 거지요. 만일 그랬다면 세 명 모두 똑같은 칭찬을 받을 수 있었겠지요. 성경 속에서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 중 하나예요. 장사 밑천을 줄 때는 각기 그 재능에 따라 달리 줬는데, 나중에 결산할 땐 두 달란트 남긴 사람이나 두 배 반에 해당되는 다섯 달란트를 남긴 사람에게 토씨 하나 틀리지 않은 똑같은 칭찬을 했어요.
이게 바로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공평임을 아시나요? 똑같이 받아야 공평이 아니에요. 달리 받았다고 불평해선 안 돼요. 하나 밖에 남길 수 없는 재능을 가졌음에도 두 달란트나 다섯 달란트를 원하면 어떻게 되겠는지요? 그랬다가 결산할 때 두 배 이상 남기지 못했다면 오히려 큰 저주가 되고 말 것 아니겠어요?
그래서 한 달란트라도 받았다면 그것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면서 최선을 다해 주인을 위해 남기는 삶을 살아야 해요.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어요. 저마다 다 달리 태어나지요. 혈액형, 취미, 습관, 특기, 성격 다 다르게 태어난다고요. 황새는 날 수 있게 태어났고, 말은 뛸 수 있게 태어났고, 거북이는 걸어갈 수 있게 태어났고, 달팽이는 기어갈 수 있게 태어났고, 바위는 꿈쩍도 않고 제자리를 지키게 태어난 거지요.
거리로 보면 황새만큼 많이 못간 말과 거북이와 달팽이가 기죽지 않겠어요? 바위는 또 어때요? 기죽을 정도가 아니라 아예 죽고 싶겠죠. 한 걸음도 걷질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그게 바위에게 부여된 사명이에요. 바위는 처음부터 그 자리에 굳게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거예요. 광화문 뒷산의 큰 바위는 아주 먼 옛날부터, 그리고 세종대왕 시대부터 지금까지 그 자리에 서 있어요. 그게 바위의 사명이니 그걸 잘 감당하고 있는 것이지요.
거리로 환산하면 황새 말고는 다 상처 입지 않겠어요. 하지만 오늘 시인은 거리에 우리의 시선을 집중시키질 않아요.
“한날 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거리가 아니라 때를 말하고 있어요. 어떤 사명을 가졌든, 얼마나 많이 벌고 잘 살았든 간에 그보다 중요한 것은 모두가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는 점에 방점이 찍혀 있어요. 모두가 새해 첫날을 맞았단 얘기겠죠. 새해를 맞기까지 황새를 포함해서 바위까지 모두가 각기 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잘 살았단 말이에요. 오늘 본문 달란트 비유에서 한 달란트 남긴 청지기도 두 달란트와 다섯 달란트 받은 청지기처럼 결산의 날이 왔다는 얘기예요.
한 달란트 받은 청지기도 주인이 자신의 역량에 적절한 최고의 것을 주셨다는 사실을 분명히 자각하고 열심히 수고했더라면 배나 남겼을 것이고, 그랬다면 나머지 두 명과 조금도 차이 없는 주인의 칭찬과 상급을 받았을 거예요.
이게 바로 하나님의 공평입니다. 나랑 틀리다고, 남들이 나보다 더 나아보인다고 속지 마세요. 나랑 틀린 게 아니라 다를 뿐이에요. 사람이 다른데 당연히 달라야지요.
아무리 달라도 똑같은 새벽을 맞고 낮과 밤을 맞을 겁니다. 내 인생을 마감하는 날, 주님이 재림하시는 날 그분은 우리가 남보다 얼마큼 더 많은 거리를 달렸느냐, 얼마큼 영적으로 열매를 풍성하게 맺었나를 보시지 않아요. 얼마큼 자기 맡은 사명에 충실했는가를 보실 겁니다.
오늘 교회 안에 남과 자신을 비교하다가 상처 입거나 시험 든 사람들이 너무도 많아요. ‘다른 사람은 나보다 얼마나 더 가졌나?’ ‘다른 이들은 나보다 얼마나 더 뛰어난가?’
이런 비교의식의 눈으로 보지 말고, 그것이 크든 작든 하나님이 내게 주신 나만의 사명이라면 거기에 내 모든 것을 올인해야 합니다. 그럴 때 똑같은 칭찬과 상급으로 우리에게 갚아주실 줄로 믿습니다.
거북이라고 기죽지 마세요. 굼벵이라고 불평하지 마세요. 바위라고 절망에 빠지지 마시기 바랍니다. 자기 자신의 사명만 보고 그 사명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면서 최선을 다해 그분께 영광만 돌리는 우리 모두의 인생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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