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 신성욱계명대 영문학, 총신신대원, 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구약 Th.M 수학), Calvin Theological Seminary(신약 Th.M), University of Pretoria(설교학 Ph.D), 「이동원 목사의 설교 세계」(두란노, 2014), 현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설교학 교수
주입식 교육을 타파하라!
우리나라 교사들 중 가장 혁신적인 교사 여러 명이 함께 집필한 『배움의 시선』이라는 책 첫 페이지에 나오는 내용이다.
유치원에 들어간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엄마! 왜 하루 종일 이렇게 앉아 있어야 해요? 재미없어.”
초등학생이 된 아이는 학교에서 돌아와 또 이렇게 말했다.
“왜 이렇게 공부를 많이 시켜요. 노는 시간이 별로 없어요.”
올해 중학생이 된 아이는 실망했다는 듯이 말했다.
“엄마, 1교시부터 7교시까지 계속 선생님만 말해요, 노잼이에요.”
고등학생이 되고 다시 대학생이 되면 우리 아이는 또 어떤 말을 하게 될까?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게 되면 또 어떤 말이 터져나올까?
한 교사가 적어놓은, 아이가 겪고 있는 위와 같은 모습은 나와 우리 아이들이 지금 학교의 현장에서 경험했고 또 부딪치고 있는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들이 아닐까 싶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난 수업시간에 엉뚱한 질문을 즐겨 해서 선생님들을 난처하게 만드는 주범이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질문이 하나 있다. 초등학교 4학년 시절,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6.25 때에는 출산율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말씀하셨다.
그때 난 단번에 손을 들어 질문을 했다. “어째서 6.25 때는 출산율이 줄어드는 겁니까?” 설명하기 곤란해지신 선생님은 얼굴이 벌개지시면서 다음과 같이 화를 내며 소리치셨다.
“야, 신까불이! 그걸 꼭 설명해야 아나?”
그랬다. 어릴 적 내 별명은 ‘신까불이’였다.
당연히 몰라서 물은 질문이 아니었다.
선생님을 난처하게 하고 싶어서 던진 짖궂은 물음이었다.
고등학교 역사 시간에 일어난 일이다. 연세 많은 선생님이 “야사와 정사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 있나?”라고 물으셨다.
“저요!”하고 손을 들었더니 답해보라 하셨다.
“야사는 야한 일이고...”
그 순간 “이 새끼 나와!”라는 소리와 함께 맨 앞에 앉아있던 내 머리 위로 막대기가 춤을 췄다.
선생님이 막대기로 내 머리를 여러 번 내리치신 것이다. 화가 안 풀리신 선생님은 앞으로 나오라고 해서 손바닥을 몇 대 때리시곤 들어가라고 하셨다. 그때 난 칠판 앞으로 다가가서 거기에다 ‘뜻 정’(情)자와 ‘일 사(事)자란 두 글자를 써놓고선 이렇게 설명했다.
“수업 시간에 야사를 설명하다가 선생님한테 얻어맞고 들어가는 것도 '뜻있는 일'(정사)입니다”
그리곤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선생님이 한참을 쳐다보시더니만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근데 신까불이! 너 수준 높게 까분다!” 그랬다. 당시 난 수준 높게 까불었다. 그러다가 교수가 되어 그 선생님과 똑같이 강단에서 가르치는 사람이 됐다.
어릴 때부터 난 선생님이 예상하지 못한 대답을 하거나 선생님이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곧잘 던지곤 했다.
때문에 학교나 주일학교 선생님, 특히 담당 교역자들은 나만 보면 슬슬 피하실 정도였다.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던질까봐서였다.
성경을 읽다 보면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궁금하면 못 견디는 성미라서 자주 자주 질문을 던졌다. 당시 주로 던진 질문은 이런 것들이다.
“지구의 나이는 6천 년쯤인가요 아니면 그보다 훨씬 오래된 수십 억 년쯤인가요?”
“예정론이 맞다면 전도할 필요가 뭐 있을까요?”
“원숭이와 사람의 DNA가 별 차이 없이 같다는데, 이를 어떻게 봐야 하나요?”
“제자들은 예수님처럼 믿음이 크지 못하고 작아서 병을 고치지 못했다고 하는데, 어째서 목사님들은 ‘겨자씨 한 알만큼 작은 믿음만 있으면 기적을 행할 수 있다’고 설교하나요?” 등등...
이런 질문들에 시원한 대답을 들었을 리가 만무하다.
그때부터 난 교역자들이 성경을 잘 모른다는 사실을 파악하게 됐다. 나만이 알고 있는 비밀이었는지 모른다.
주된 이유를 생각해봤다. 그것은 주입식 교육을 오래 받은 탓이 크다고 본다.
어릴 때부터 우리는 선생님이 칠판에 적어주는 것을 노트에 옮겨 적는 주입식 교육을 많이 받아왔다. 그러다 보니 자기 생각이나 비판적인 견해라곤 있을 수 없다.
때문에 질문도 어색하고 대답도 궁핍한 것이다.
노벨상 시즌만 되면 우울해지거나 비참해지는 게 대한민국이다.
28:0. 무슨 말일까? 이웃 나라 일본만 해도 노벨상 수상자 수가 평화상 한 개를 제외하면 28개나 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평화상을 제외하면 한 개도 없다.
똑같은 사지선다형의 주입식 교육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걸까?
그 차이는 도서관수와 독서량의 차이에서 찾을 수 있다. 201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도서관이 759개인 반면, 일본은 3196개이다. 독서량은 매년 한국이 일인당 평균 9권인 반면, 일본은 75권이다. 비교가 되질 않는다.
비록 학교에서 주입식 교육을 하더라도 독서를 많이 하다 보면 질문하는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학업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의 공통점은 독서를 많이 한다는 것이다.
스위스 취리히 대학의 연구논문에서 세계 180개국 중 평균 아이큐가 가장 높은 국가는 대한민국이었다.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아이큐는 106인 반면 천재로 소문난 유대인은 12나 낮은 94(세계 42위) 밖에 인 된다. 그럼에도 유대인이 노벨상 전체의 22%를 차지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그 역시 그들은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는 민족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니 어린 시절부터 질문을 많이 하는 사람으로 키워야 한다.
가정에서부터 그 일을 해야겠지만, 무엇보다 학교가 그 일을 담당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주입시키는 교육이 아닌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질문할 수 있는 환경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독서를 권장하는 일도 필요하지만 독창적인 사고를 키워주는 교육이 다급히 요구된다.
무엇보다 하나님의 말씀을 읽고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잘 전해야 하는 그리스도인들이야 말로 더욱 그런 교육으로 전환해야 함이 절실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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