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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오경에서 역사와 신학과 정치를 읽어라
하나님나라 관점에서 읽는 모세오경1/김회권/대한기독교서회/[뉴스앤조이제공]
우선 복음부터 전한다. 김회권 교수의 책은 노아의 홍수까지만(1~89쪽) 잘 견뎌내면 이후부터는 별 문제없이 읽어나갈 수 있다.
'정상적으로' 구약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아브라함을 비롯한 족장들의 생애와 모세의 인도를 받던 이스라엘 백성의 출애굽, 시내산에서 하나님과 언약을 체결하고 언약법전과 성막건축법을 받아서 완성하게 되는 과정을 단숨에 독파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사실 오경에 관한 책을 읽는다는 것은 항상 기쁜 일이다. 국내에서 한 사람의 저자가 자기 입장을 가지고 오경을 정리한 책들이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길지 않은 분량으로 어렵지 않게 읽어나갈 책을 구한다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서평자가 오경에 관한 책을 몇 권으로 나눠서 출간할 예정인 입장에서는 더 더욱 유익한 일이다. 다른 저자를 통해서 자신의 생각과 방법론을 재점검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서울대 영문학과를 나와서 장신대학교와 미국 프린스턴 신학교에서 구약학(특히 이사야서)를 전공하고 국내에서 강의와 목회로 활동 중인 김회권 교수의 초기저작이다. 이것은 <기독교사상>에 오랫동안 연재되었던 것을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인데 곧 레위기-신명기 강해를 엮어서 제2편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한다.
텍스트 이전과 이후를 아우르는 오경 읽기
중국의 권법영화에서 필살기(必殺技)를 구현(?)할 때 항상 그 기술의 이름을 먼저 외치는데 그것이 예의이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고 한다. 어떤 책이든지 그 책을 읽거나 그 책을 통해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할 때는 항상 서론에서 자신의 입장을 상세하게 아니면 간략하게라도 밝히는 것이 독자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는 방법이 아닌가 한다.
내가 파악한 바로 김회권 교수는 '전승사-양식사-편집사적'인 관점으로 오경을 읽으며 또 그 입장이 이 책에서도 녹아 있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가 갖고 있는 완성된 텍스트 이전에 성경이 형성된 역사의 측면에서 오경을 읽는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갖고 있는 오경의 텍스트에 내재되어있는 다양한 전승들을 발견해 낸다.
게다가 그는 '기독론적'으로 오경을 읽는다. 이는 오경 본문이 완성된 지 적어도 500여년 이후의 관점으로 오경을 읽는다는 것이다. 이 말은 그는 우리가 갖고 있는 완성된 텍스트 이후의 (해석의) 역사의 측면에서 오경을 읽는다는 말이다. 이 두 가지 관점들이 어떻게 조화가 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게다가 그는 '하나님나라 신학'의 관점에서 오경을 읽는다. 이 하나님나라는 하나님의 은총과 그에 대한 순종과 통치가 살아있는 역사적 현장을 의미하는 것 같다. 이와 같은 해석은 그의 구속사적 해석과도 이어진다. 그는 그와 같은 해석의 창시자가 예수 그리스도라고 주장한다.
창조와 홍수는 하나님나라의 신학적-정치적 사건
그는 하나님의 창조와 노아 홍수에 있어서 대부분의 경우에는 바벨론 포로기 배경과 바벨론 신화의 유비(analogy)를 통하여 해석한다. 그에게 있어서 창조사건은 이스라엘과 유다의 패망에 대한 반성과 아울러 바벨론 창조신화와 대결하고 차용하는 새로운 창조신학의 결정판이다. 하나님의 창조는 혼돈과 무질서의 세력들에 대한 승리(비록 완전한 승리는 아닐지라도)의 결과물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와 동일한 창조 이야기에 대해 기독론적 해석 역시 제시한다는 것이다. 태초에 그리스도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는 태초 이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그가 태초의 우주적 반역 때 신화적 세력들과 하나님의 힘겨운 전투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였는지는 알 수 없다. 나는 그만큼 기독론적 해석과 신화론적 해석이 쉽게 융합하기 어려운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복잡하고 다양한 입장에서 내려지는 김회권 교수의 결론은 하나님의 창조행위는 도덕적 행위이며 어둠과 무질서를 무장해제 시키는 정치적 사건이다(p. 49).
노아의 홍수 이야기에서 '하늘 위의 물'과 '땅 아래의 물'이 분출되는 것은 다시 바벨론 창조신화에 나타난 혼돈과 무질서와의 대결을 상기시키며, 또 한 차례의 전쟁으로 돌입하는 것으로 여긴다. 그는 바벨론과 가나안의 신화와 관련해서 구약의 창조와 홍수 이야기에서 영적 혹은 신적 타락의 선재성을 주장하며 그에 근거하여 자신의 논의를 전개한다. 그는 몇 가지 가설과 추론에 근거하여 창조와 홍수 이야기를 자연에 대한 것이 아니라 신화와 신학과 정치에 관한 이야기들로 파악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바다와 관련된 신화적 모티프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그 유명한 '바다의 노래'(출 15장)에서는 가나안 혹은 바벨론 신화적 측면의 해석을 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와 같이 다소 난해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들은 서평자의 입장에서는 실망스런 요소들이다. 성경을 해석하는데 있어서 다양한 입장을 무리하게 통합시키려 하거나, 고대근동의 신화적 요소들을 유비와 상황성만으로 동일시하거나 중대한 해석학적 틀로 도입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 서평자의 생각이다. 고대근동의 관습과 사고방식, 문화와 심지어 신화적 모티프들이 구약의 문헌과 신앙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다는 점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김회권 교수가 의도하였던 목적들을 더 신중하게 고려했더라면 단순하지만 일관된 해석과 설명이 제시될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그의 입장과 논리에 동조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은 흥미롭고 유익한 저술로 설교나 성경공부에서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성경 속에서 하나님을 대적하고 혼돈과 무질서를 초래하는 악하고 불의한 세력과의 대결을 발견하고 그 현장 속으로 생생하게 몰입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는 유익이 있다. 신자들을 애굽의 노예 생활에서 벗어나게 해줄 뿐만 아니라 그들의 마음 속에 자리한 노예근성을 벗고 하나님과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언약관계를 맺도록 요청한다. 또한 시내산에서 받은 하나님의 명령과 계명들을 지킴으로써 이룩되는 하나님나라를 발견하게 한다. 게다가 김회권 교수는 다소 성경해석학과 조직신학적 주제들에 대한 가교를 마련해준다. 하나님의 주권과 인간의 책임의 문제의 측면에서 악의 끈덕진 존재와 인간의 책임의 문제를 다룬다. 이와 같이 해석상의 난해한 요소들에 대한 설득력 있고 참신한 설명의 발견은 이 책을 읽는 흥미를 더 해준다. 사실 이런 부분이 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김회권 교수의 다음 편을 기대한다.
글쓴이 : 성기문 /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구약학 외래교수
뉴스앤조이 제공
저자 김회권
서울대학교, 장로회신학대학교(M. Div., Th. M.)
프린스턴신학대학교(Th.M.,구약학전공)
한국기독대학인회 서울대학교 담당간사(1983-1994)
두레연구원 교무간사(1992-1994)
복음과 상황 편집위원(1991-1998)
한,미 공동 주석편집 번역위원
현재, 프린스턴신학대학원 구약신학 박사과정 중
우선 복음부터 전한다. 김회권 교수의 책은 노아의 홍수까지만(1~89쪽) 잘 견뎌내면 이후부터는 별 문제없이 읽어나갈 수 있다.
'정상적으로' 구약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아브라함을 비롯한 족장들의 생애와 모세의 인도를 받던 이스라엘 백성의 출애굽, 시내산에서 하나님과 언약을 체결하고 언약법전과 성막건축법을 받아서 완성하게 되는 과정을 단숨에 독파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사실 오경에 관한 책을 읽는다는 것은 항상 기쁜 일이다. 국내에서 한 사람의 저자가 자기 입장을 가지고 오경을 정리한 책들이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길지 않은 분량으로 어렵지 않게 읽어나갈 책을 구한다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서평자가 오경에 관한 책을 몇 권으로 나눠서 출간할 예정인 입장에서는 더 더욱 유익한 일이다. 다른 저자를 통해서 자신의 생각과 방법론을 재점검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서울대 영문학과를 나와서 장신대학교와 미국 프린스턴 신학교에서 구약학(특히 이사야서)를 전공하고 국내에서 강의와 목회로 활동 중인 김회권 교수의 초기저작이다. 이것은 <기독교사상>에 오랫동안 연재되었던 것을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인데 곧 레위기-신명기 강해를 엮어서 제2편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한다.
텍스트 이전과 이후를 아우르는 오경 읽기
중국의 권법영화에서 필살기(必殺技)를 구현(?)할 때 항상 그 기술의 이름을 먼저 외치는데 그것이 예의이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고 한다. 어떤 책이든지 그 책을 읽거나 그 책을 통해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할 때는 항상 서론에서 자신의 입장을 상세하게 아니면 간략하게라도 밝히는 것이 독자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는 방법이 아닌가 한다.
내가 파악한 바로 김회권 교수는 '전승사-양식사-편집사적'인 관점으로 오경을 읽으며 또 그 입장이 이 책에서도 녹아 있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가 갖고 있는 완성된 텍스트 이전에 성경이 형성된 역사의 측면에서 오경을 읽는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갖고 있는 오경의 텍스트에 내재되어있는 다양한 전승들을 발견해 낸다.
게다가 그는 '기독론적'으로 오경을 읽는다. 이는 오경 본문이 완성된 지 적어도 500여년 이후의 관점으로 오경을 읽는다는 것이다. 이 말은 그는 우리가 갖고 있는 완성된 텍스트 이후의 (해석의) 역사의 측면에서 오경을 읽는다는 말이다. 이 두 가지 관점들이 어떻게 조화가 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게다가 그는 '하나님나라 신학'의 관점에서 오경을 읽는다. 이 하나님나라는 하나님의 은총과 그에 대한 순종과 통치가 살아있는 역사적 현장을 의미하는 것 같다. 이와 같은 해석은 그의 구속사적 해석과도 이어진다. 그는 그와 같은 해석의 창시자가 예수 그리스도라고 주장한다.
창조와 홍수는 하나님나라의 신학적-정치적 사건
그는 하나님의 창조와 노아 홍수에 있어서 대부분의 경우에는 바벨론 포로기 배경과 바벨론 신화의 유비(analogy)를 통하여 해석한다. 그에게 있어서 창조사건은 이스라엘과 유다의 패망에 대한 반성과 아울러 바벨론 창조신화와 대결하고 차용하는 새로운 창조신학의 결정판이다. 하나님의 창조는 혼돈과 무질서의 세력들에 대한 승리(비록 완전한 승리는 아닐지라도)의 결과물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와 동일한 창조 이야기에 대해 기독론적 해석 역시 제시한다는 것이다. 태초에 그리스도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는 태초 이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그가 태초의 우주적 반역 때 신화적 세력들과 하나님의 힘겨운 전투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였는지는 알 수 없다. 나는 그만큼 기독론적 해석과 신화론적 해석이 쉽게 융합하기 어려운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복잡하고 다양한 입장에서 내려지는 김회권 교수의 결론은 하나님의 창조행위는 도덕적 행위이며 어둠과 무질서를 무장해제 시키는 정치적 사건이다(p. 49).
노아의 홍수 이야기에서 '하늘 위의 물'과 '땅 아래의 물'이 분출되는 것은 다시 바벨론 창조신화에 나타난 혼돈과 무질서와의 대결을 상기시키며, 또 한 차례의 전쟁으로 돌입하는 것으로 여긴다. 그는 바벨론과 가나안의 신화와 관련해서 구약의 창조와 홍수 이야기에서 영적 혹은 신적 타락의 선재성을 주장하며 그에 근거하여 자신의 논의를 전개한다. 그는 몇 가지 가설과 추론에 근거하여 창조와 홍수 이야기를 자연에 대한 것이 아니라 신화와 신학과 정치에 관한 이야기들로 파악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바다와 관련된 신화적 모티프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그 유명한 '바다의 노래'(출 15장)에서는 가나안 혹은 바벨론 신화적 측면의 해석을 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와 같이 다소 난해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들은 서평자의 입장에서는 실망스런 요소들이다. 성경을 해석하는데 있어서 다양한 입장을 무리하게 통합시키려 하거나, 고대근동의 신화적 요소들을 유비와 상황성만으로 동일시하거나 중대한 해석학적 틀로 도입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 서평자의 생각이다. 고대근동의 관습과 사고방식, 문화와 심지어 신화적 모티프들이 구약의 문헌과 신앙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다는 점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김회권 교수가 의도하였던 목적들을 더 신중하게 고려했더라면 단순하지만 일관된 해석과 설명이 제시될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그의 입장과 논리에 동조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은 흥미롭고 유익한 저술로 설교나 성경공부에서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성경 속에서 하나님을 대적하고 혼돈과 무질서를 초래하는 악하고 불의한 세력과의 대결을 발견하고 그 현장 속으로 생생하게 몰입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는 유익이 있다. 신자들을 애굽의 노예 생활에서 벗어나게 해줄 뿐만 아니라 그들의 마음 속에 자리한 노예근성을 벗고 하나님과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언약관계를 맺도록 요청한다. 또한 시내산에서 받은 하나님의 명령과 계명들을 지킴으로써 이룩되는 하나님나라를 발견하게 한다. 게다가 김회권 교수는 다소 성경해석학과 조직신학적 주제들에 대한 가교를 마련해준다. 하나님의 주권과 인간의 책임의 문제의 측면에서 악의 끈덕진 존재와 인간의 책임의 문제를 다룬다. 이와 같이 해석상의 난해한 요소들에 대한 설득력 있고 참신한 설명의 발견은 이 책을 읽는 흥미를 더 해준다. 사실 이런 부분이 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김회권 교수의 다음 편을 기대한다.
글쓴이 : 성기문 /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구약학 외래교수
뉴스앤조이 제공
저자 김회권
서울대학교, 장로회신학대학교(M. Div., Th. M.)
프린스턴신학대학교(Th.M.,구약학전공)
한국기독대학인회 서울대학교 담당간사(1983-1994)
두레연구원 교무간사(1992-1994)
복음과 상황 편집위원(1991-1998)
한,미 공동 주석편집 번역위원
현재, 프린스턴신학대학원 구약신학 박사과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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