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오선화표 동화의 궤적을 보는 또 다른 재미와 감동
겨울이 춥지 않은 이유는 냉기를 녹여주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두운 사건 사고 속에서 장미처럼 소담스럽게 피어오른 연인들의 사랑이야기가 가슴을 뜨겁게 달구는가 하면,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꿋꿋이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밤하늘을 별처럼 수놓습니다. 서로 돕는 온정의 손길들이 있어 찬바람 몰아치는 거리가 춥지 않고, 서로 추켜세운 격려의 말 한마디가 인생을 도탑게 합니다.
이외에도 가슴을 촉촉이 적셔주는 이야기는 찾아보면 참 많겠지요. 68억 인구에게 세밑이 춥지만은 않은 이유를 물어보면 어떨까요? 아무리 적게 잡아도 그 인구의 1% 가량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겠어요. 직접 겪어보진 않은 일들이 대부분이겠지만 인구 1%가 들려준 이야기에 끄덕임으로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세상을 살 가치가 있어!” 하고 움켜쥔 손에 힘을 주는 다음 동작이 나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힘겨운 하루를 가뿐히 넘길 힘이 되고, 여느 고된 내일이 희망으로 두둑해지는 일이 가능한 이유가 모두 그와 같이 어둡고 차가운 일상에 온기를 전해준 따뜻한 이야기와 가슴 저릿한 이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떤 이야기도 곧이어 들려드릴 이야기보다 아름답거나 더 아련하지 않습니다. 이 이야기는 인간이성 저 너머에 존재하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이성을 척도로 크기를 가늠하기 쉽지 않고 경험을 근거로 추정하기도 용이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그 이야기는 오늘 우리 세대에 끊임없이 용기와 희망을 주고 격려하는 메시지로 살아있습니다.
이야기의 첫 소절은 아기의 출생에서 시작합니다. 왕의 아기가 신분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구유에서 태어납니다. 그는 장성하여 서른 살부터 3년 동안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에게 위로와 소망이 되어주었습니다. 저마다 그가 왕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당시 사회를 쥐락펴락했던 지도자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그들은 계책을 꾸몄고 계책대로 군중을 선동해 그를 처형장으로 내몰았습니다. 그는 가장 수치스러운 처형 수단에 의해 생을 마감했습니다.
출생-고난-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크게 보면 일반 사람들의 일생과 다를 바 없습니다. 하지만 그 각각의 의미를 되짚어보면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출생과 죽음 사이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무조건적이고 헌신적인 사랑입니다. 그는 사람들을 너무 사랑했습니다. 그 사랑은 인간존재의 궁극적 문제이자 미해결의 과제인 죄를 대신 짊어지고 죽을 계획의 발단이 되었습니다. 계획은 성공했고 그를 모함한 사람들과 모함에 휩쓸린 사람들 모두 죄에서 자유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그가 죄의 문제를 해결한 구세주임을 믿는 사람들은 아담 이후 희미하게 남은 그와의 교제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2천년의 시대를 넘어 지금도 우린 그와 교제를 나눕니다. 누군가와 가까워지기 위해선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눠야하는 것처럼 그분과의 교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면 관계에서 이야기를 나눌 순 없지만 또 다른 이야기인 기도로 우린 그분과 열린 교제관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돈독한 교제는 친밀감에서 비롯합니다. 그리고 친밀감은 오래전부터 계속된 교제에서 출발하지요. 교제는 일찍 눈뜨는 게 중요합니다. 저자가 어린 아이들에 주목한 이유도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자의 책엔 이야기가 지닌 사랑의 힘과 사랑의 본질적인 이름, 예수에 이르는 기도의 가치가 아침 들녘 푸른 잎새에 곧 떨어질 듯 매달린 이슬처럼 그득합니다. 입에 척척 감기는 맛깔스런 구어체와 당장이라도 주인공과 대면할 것 같은 사실감 넘친 묘사로 빠르게 독자층을 확대해간 오선화 작가가 최근작, 《기도하는 명작동화》를 냈습니다.
《기도하는 명작동화》는 명작동화를 기도라는 주제로 변주하여 독특한 향취를 발산하고 있는데, 평소 따뜻한 이야기에 특히 관심이 많은 작가의 어린아이 같은 심성과 그 이야기들을 맛깔스런 오선화표 요리로 버무릴 줄 아는 작가적 역량이 소재(명작동화)와 주제(기도)를 만나 절묘하게 결합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느 작가든 현실이라는 기반 위에서 성장하기 마련입니다. 두 아이의 엄마인 저자의 위치가 아이에게 들려줄 이야기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했다면 그가 교사로 교회를 섬기고 있는 또 다른 역할은 꿈과 소망이 돼 줄 이야기를 만드는 일에 사명감을 갖게 했을 것입니다. 그와 같은 목표의식에서 그가 성경인물과 성경에 담긴 사랑과 믿음, 기도 등의 가치에 주목한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성경 태교 동화》에서 태아에게 들려줄 성경인물들을 엄선한 후 특유의 정감어린 입말로 인물들에게 사실감을 옷 입힌 작가는 《기도하는 명작동화》에선 한걸음 더 나아가 유아들이 즐겨 읽은 명작동화를 능수능란하게 주무르며 이야기의 핵심 요소에 호흡을 불어넣음으로써 장난치다 유리창을 깨거나 공책 살 돈으로 과자를 사먹은 후 뒷일이 걱정돼 두 손을 모은 경험이 있는 어린아이들과 그 시기를 거쳐 간 어른들에게 기도의 대상이 막연히 상상 속에 등장하는 보편적인 신이 아님을 분명히 들려주고 있습니다. 일찍부터 그 대상이 예수 그리스도임을 안 아이라면 그 길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동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명작동화를 수단으로 삼은 데 아쉬움을 느낀 독자라면 후속작, 《기도하는 성경동화》 를 기대하셔도 좋겠습니다.
《기도하는 명작동화》는 익히 알려진 안데르센의 〈장난감 병정〉과 그림형제의 〈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 염소〉 등 여섯 편의 동화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각 동화의 말미에는 실생활에서 아이들이 적용해 볼 수 있는 기도문이 실려 있습니다. 동화 전편에 흐르는 변주된 주제는 기도이지만 각각의 동화는 2개씩 묶여 별개의 주제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장난감 병정이 보낸 편지〉와 〈책이 들려주는 일곱 마리 아기 염소 이야기〉 두 편으로 묶인 제1장 ‘힘들 때 간구해요’와 〈그레텔이 감사쟁이 헨젤 오빠를 소개한대요〉와 〈나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아빠라네〉를 담은 제2장 ‘감사 기도를 드려요’, 〈빨간 구두가 천국에서 보낸 편지〉와 〈글쎄, 피노키오가 무릎을 꿇었대요〉를 실은 제3장 ‘기도로 회개해요’’는 제목에 드러난 것처럼 각각 간구와 감사, 회개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사랑받는 이야기는 꿈과 희망을 담고 있습니다. 꿈과 희망은 인생을 젖줄처럼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게 해줍니다. 그래서 오늘도 이야기는 수없이 만들어지고 그것들 중 대부분은 기억 속에서 사라져갑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기억되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꿈과 희망을 넘어 생명을 주는 이야기들이 그 주인공입니다. 앞서 언급한 33살 청년의 이야기가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살리는 이야기로 탈바꿈한 것 또한 그 이야기 속에 생명이 있기 때문입니다. 생명의 길을 가리키는 이야기의 필요성은 과거 어느 때보다 돈과 명예를 좇아 목적의식 없이 사는 현대인들과 그들이 낳은 자식들에게 더없이 요구되는 항목입니다.
명작동화라는 외피를 입혀서라도 사람들에게 생명에 이르는 길을 분명히 가르쳐주려는 저자의 애틋한 마음과 소명이 한 권의 동화로 엮인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이 자라나는 아이들과 그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어머니들에게 빠르게 읽히길 소망합니다. 그래서 이 책을 시발점으로 ‘어떤 이야기보다 아름답고 사랑스런 이야기’가 많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어떤 이야기도 생명을 주는 이야기, 생명 자체인 이야기를 앞설 수 없습니다. 아이가 어머니 품에 안겨 안식하듯이 우리 모두에게 그와 같은 어머니가 영원히 계시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이야기’입니다. 《기도하는 명작동화》가 그 길을 서서히 열어가고 있습니다.
저자 오선화
하나님께서 글을 쓰는 달란트를 주신 것에 감사하며, 책을 기획하고 집필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집에서는 토끼 같은 두 딸 서진이와 서현이의 엄마이며, 교회에서는 '헬로 베이비 태교학교'의 팀장과 고등부 교사로 사역하고 있지요. 또한 총신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성품 태교 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하여, 동화 태교와 부모 성품 교육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이 책은 오선화 작가 특유의 입말체와 흥미로운 구성으로 사랑받고 있는 『성경태교동화』의 후속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선화 작가는 아빠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좋은 태교가 된다는 말을 전하며, 이 책을 통해 이 땅의 아빠들이 한 마음으로 태교에 동참해 주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성경태교동화』 『성품태교동화』 『모세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내가 사랑한다고 말하니까』 『엄마는 기도했단다』 『힐링 멘토』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