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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너의 스토리는 충분히 강하다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김정태/갤리온
신학교를 다닐 때 목회적 소명에 대해 갈등을 하던 친구가 있었다.
하나님의 부르심에 확신이 없으니 당연 공부가 되지 않을 터, 그 친구의 학기 평균은 0.7이었다. 같이 어울리던 친구들은 ‘왠 사프심이냐?’고 놀리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0.7’의 소유자인 그 친구는 지금 자기 사업을 하며 잘 살고 있다. 그런데 거의 20년이 되어 가는 이 때에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해 감이 오는 모양이다. 신대원 진학을 위해 기도한다고 했다.
‘샤프심 학점’이라고 놀려대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때는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었다. 지금 같으면 어림도 없으리라. 모 일간지에서 보니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널리 쓰는 말로 ‘스펙 6종 세트’가 있다고 한다. 학벌, 학점, 토익, 인턴십, 자격증, 봉사활동이 6종 세트의 필수요소이고, 여학생들은 여기에 성형이 추가되어 ‘7종 세트’란다. 여기에 교환학생, 공모전 수상, 방송출연, 출판 등을 새로 추가한 신종 스펙 세트도 속속 나오고 있으니, 한 마디로 요즘 젊은이들은 피곤한 인생을 산다.
그런 세태를 거스르며 저자는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는 호기로운 구호를 외친다. 우선 제목이 마음에 든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한눈에 들어온다. 이 책의 주장은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자신만의 방향, 가치, 역량, 그리고 행동이 담겨 있는 스토리를 추구하라는 것이다. 스펙 과잉의 늪에 빠져 시간만 낭비하지 않으려면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최고(the best)가 아니라, 유일함(the only)으로 승부하라. 그래야 매력적인 인생을 살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외침이다.
이렇게 스펙 열풍에 역풍을 가하는 스토리 예찬가 김정태는 누구인가? 그의 이력을 살펴보니, 글쎄… 스펙이 알차다. 고려대에서 한국사를 전공했고, 다른 사람이 들으면 ‘간지’있다 할만한 UN 거버넌스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지난 2008년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한국에 방문했을 때는 언론 홍보관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삼십 대 중반의 나이에 이미 여러 권의 책도 썼다. 정말 스토리가 스펙을 이기는 걸까? 약간 의구심이 든다.
그러나 저자는 스펙을 쫓아서 만든 인생이 아니라 스토리를 쫓다 보니까 생긴 스펙이라고 말한다. 2006년 대학원 졸업 직전 그의 일기에 쓰여 있던 파편적 단어들은 “재정적 어려움, 인간관계와 진로 방향에 대한 걱정, 비교, 우울, 인턴십 실패” 였다(315). 단어만 들어도 정말 우울하다. 그랬던 그였는데, 지금은 행복해하고 만족해한다. 자신만의 스토리를 찾아 나섰기 때문이란다.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는 주장은 결국 저자의 이야기이기에 더욱 울림이 크다.
저자는 에리히 프롬의 통찰력을 빌어와 소유 양식과 존재 양식의 삶을 비교한다. 재산, 지식, 사회적 지위, 권력 등의 소유에 전념하는 ‘소유 양식’의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자기 능력을 능동적으로 발휘하며 삶의 희열을 확신할 수 있는 ‘존재 양식’의 삶을 살 것인가? 에리히 프롬의 말을 김정태의 표현으로 환원하면 스펙을 추구할 것인가 스토리를 추구할 것인가로 이해할 수 있다. 두 가지 삶의 양식에 모두 만족이 있는 것은 사실인데, 시간을 두고 계산을 해보면 스토리를 추구하는 삶의 양식이 결국 승자가 된다. 소득이 어느 정도 이상의 수준이 되면 결국 개인의 성장과 타인과의 살아 있는 관계가 행복감을 더하기 때문이다. 인생의 넓은 무도회장을 온갖 물건들로 가득 채우고 싶지 않다면, 스토리적 삶의 양식을 추구하는 것이 지혜로운 선택이다.
책을 읽으며 ‘균형감’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저자의 주장은 ‘스펙무용론’이기 보다는 ‘스펙 과잉을 조심하라’ 정도로 이해된다. 스펙은 뼈대일 뿐, 그 뼈대 위에 나만의 스토리라는 스타일을 입히라는 뜻으로 이해했다. 일부러 세워놓은 조형물이 아닌 이상 뼈대 뿐인 몸매에 누가 매력을 느끼겠는가? 적당한 볼륨감과 감각적인 옷맵시를 자랑해야 빛이 나기 마련이다. 그러고 보니 그 동안 주객이 전도되었음을 깨달았다. 스펙이라는 뼈대를 세운 것도 결국은 스토리라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기 위함이었는데 말이다.
저자는 다른 사람이 뛴다고 덩달아 뛰지 말고 자신의 보폭으로 걸으며, 선택의 두려움을 기꺼이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원금 보장형 인생은 사실 그 무엇도 보장하지 않으며, 아무 것도 잃지 않으려는 소극적인 태도가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니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위하여 스토리텔러(story teller)가 되고 더 나아가 스토리두어(story doer)가 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말한다. 나만의 스토리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고 강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마지막 말은 직접 듣는 것이 낫다고 여겨 그대로 옮겨 본다. “성공을 단념하자 내가 성장하기 시작했다. 비교를 멈추자 구별되기 시작했다. 최고를 포기하자 유일의 길로 나아갔다. 상품을 포기하자 작품으로 변해갔다. 욕망을 내려놓자 만족이 찾아왔다. 경쟁을 피하자 공존이 가능했다. 그리고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글 이강문
저자 김정태
국내 최초이자 유일의 유엔사무국 산하기구인 유엔거버넌스센터에서 홍보팀장으로 근무하는 저자는 고려대 한국사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기구 전공으로 국제학 석사학위를 받은 ‘토종’ 한국인이다. ‘유엔’ ‘개발협력’ ‘적정기술’ ‘역량개발’ ‘기업가 정신’ ‘리더십’ 등과 같은 주로 돈 안 되는 가치들을 비전키워드로 가지면서 관련된 다양한 저술, 강연, 프로젝트를 기쁘게 열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2008년에는 국비로 진행된 국제개발협력 전문가 과정을 수료했으며, 한국에는 없는 유엔정보센터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온라인에 유엔온라인정보센터(www.theUNtoday.com)를 개설, 다양한 유엔의 소식과 정보를 제공해오고 있다. 유엔 공식어 이외로는 세계 최초로 시도된 유엔새천년개발목표 보고서의 한국어판 발간을 기획, 2008년부터 지금까지 공동발행인으로 참여하고 있고, 유엔의 공식잡지 ≪UN Chronicle≫> 한국어판 발간도 준비중이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방한 때 외신담당관으로 활동했으며, 석사논문이자 번역되어 살림지식총서로 나온 ≪유엔사무총장≫은 사무총장에게 직접 전달된 바 있다. ≪한국인이 아닌 세계인으로 성공하라≫(공저), ≪유엔에서 일하고 싶어요≫, ≪SOS! 지구마을 구출작전≫ 등을 쓰거나 번역했다. 최근에는 베스트셀러가 된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를 통해 국제 활동에 관심 있는 모든 후배들에게 자신만의 독특한 스토리를 찾아보도록 권하고 있다. 트위터 주소는 @theUNtoday이다.
신학교를 다닐 때 목회적 소명에 대해 갈등을 하던 친구가 있었다.
하나님의 부르심에 확신이 없으니 당연 공부가 되지 않을 터, 그 친구의 학기 평균은 0.7이었다. 같이 어울리던 친구들은 ‘왠 사프심이냐?’고 놀리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0.7’의 소유자인 그 친구는 지금 자기 사업을 하며 잘 살고 있다. 그런데 거의 20년이 되어 가는 이 때에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해 감이 오는 모양이다. 신대원 진학을 위해 기도한다고 했다.
‘샤프심 학점’이라고 놀려대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때는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었다. 지금 같으면 어림도 없으리라. 모 일간지에서 보니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널리 쓰는 말로 ‘스펙 6종 세트’가 있다고 한다. 학벌, 학점, 토익, 인턴십, 자격증, 봉사활동이 6종 세트의 필수요소이고, 여학생들은 여기에 성형이 추가되어 ‘7종 세트’란다. 여기에 교환학생, 공모전 수상, 방송출연, 출판 등을 새로 추가한 신종 스펙 세트도 속속 나오고 있으니, 한 마디로 요즘 젊은이들은 피곤한 인생을 산다.
그런 세태를 거스르며 저자는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는 호기로운 구호를 외친다. 우선 제목이 마음에 든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한눈에 들어온다. 이 책의 주장은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자신만의 방향, 가치, 역량, 그리고 행동이 담겨 있는 스토리를 추구하라는 것이다. 스펙 과잉의 늪에 빠져 시간만 낭비하지 않으려면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최고(the best)가 아니라, 유일함(the only)으로 승부하라. 그래야 매력적인 인생을 살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외침이다.
이렇게 스펙 열풍에 역풍을 가하는 스토리 예찬가 김정태는 누구인가? 그의 이력을 살펴보니, 글쎄… 스펙이 알차다. 고려대에서 한국사를 전공했고, 다른 사람이 들으면 ‘간지’있다 할만한 UN 거버넌스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지난 2008년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한국에 방문했을 때는 언론 홍보관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삼십 대 중반의 나이에 이미 여러 권의 책도 썼다. 정말 스토리가 스펙을 이기는 걸까? 약간 의구심이 든다.
그러나 저자는 스펙을 쫓아서 만든 인생이 아니라 스토리를 쫓다 보니까 생긴 스펙이라고 말한다. 2006년 대학원 졸업 직전 그의 일기에 쓰여 있던 파편적 단어들은 “재정적 어려움, 인간관계와 진로 방향에 대한 걱정, 비교, 우울, 인턴십 실패” 였다(315). 단어만 들어도 정말 우울하다. 그랬던 그였는데, 지금은 행복해하고 만족해한다. 자신만의 스토리를 찾아 나섰기 때문이란다.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는 주장은 결국 저자의 이야기이기에 더욱 울림이 크다.
저자는 에리히 프롬의 통찰력을 빌어와 소유 양식과 존재 양식의 삶을 비교한다. 재산, 지식, 사회적 지위, 권력 등의 소유에 전념하는 ‘소유 양식’의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자기 능력을 능동적으로 발휘하며 삶의 희열을 확신할 수 있는 ‘존재 양식’의 삶을 살 것인가? 에리히 프롬의 말을 김정태의 표현으로 환원하면 스펙을 추구할 것인가 스토리를 추구할 것인가로 이해할 수 있다. 두 가지 삶의 양식에 모두 만족이 있는 것은 사실인데, 시간을 두고 계산을 해보면 스토리를 추구하는 삶의 양식이 결국 승자가 된다. 소득이 어느 정도 이상의 수준이 되면 결국 개인의 성장과 타인과의 살아 있는 관계가 행복감을 더하기 때문이다. 인생의 넓은 무도회장을 온갖 물건들로 가득 채우고 싶지 않다면, 스토리적 삶의 양식을 추구하는 것이 지혜로운 선택이다.
책을 읽으며 ‘균형감’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저자의 주장은 ‘스펙무용론’이기 보다는 ‘스펙 과잉을 조심하라’ 정도로 이해된다. 스펙은 뼈대일 뿐, 그 뼈대 위에 나만의 스토리라는 스타일을 입히라는 뜻으로 이해했다. 일부러 세워놓은 조형물이 아닌 이상 뼈대 뿐인 몸매에 누가 매력을 느끼겠는가? 적당한 볼륨감과 감각적인 옷맵시를 자랑해야 빛이 나기 마련이다. 그러고 보니 그 동안 주객이 전도되었음을 깨달았다. 스펙이라는 뼈대를 세운 것도 결국은 스토리라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기 위함이었는데 말이다.
저자는 다른 사람이 뛴다고 덩달아 뛰지 말고 자신의 보폭으로 걸으며, 선택의 두려움을 기꺼이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원금 보장형 인생은 사실 그 무엇도 보장하지 않으며, 아무 것도 잃지 않으려는 소극적인 태도가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니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위하여 스토리텔러(story teller)가 되고 더 나아가 스토리두어(story doer)가 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말한다. 나만의 스토리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고 강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마지막 말은 직접 듣는 것이 낫다고 여겨 그대로 옮겨 본다. “성공을 단념하자 내가 성장하기 시작했다. 비교를 멈추자 구별되기 시작했다. 최고를 포기하자 유일의 길로 나아갔다. 상품을 포기하자 작품으로 변해갔다. 욕망을 내려놓자 만족이 찾아왔다. 경쟁을 피하자 공존이 가능했다. 그리고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글 이강문
저자 김정태
국내 최초이자 유일의 유엔사무국 산하기구인 유엔거버넌스센터에서 홍보팀장으로 근무하는 저자는 고려대 한국사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기구 전공으로 국제학 석사학위를 받은 ‘토종’ 한국인이다. ‘유엔’ ‘개발협력’ ‘적정기술’ ‘역량개발’ ‘기업가 정신’ ‘리더십’ 등과 같은 주로 돈 안 되는 가치들을 비전키워드로 가지면서 관련된 다양한 저술, 강연, 프로젝트를 기쁘게 열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2008년에는 국비로 진행된 국제개발협력 전문가 과정을 수료했으며, 한국에는 없는 유엔정보센터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온라인에 유엔온라인정보센터(www.theUNtoday.com)를 개설, 다양한 유엔의 소식과 정보를 제공해오고 있다. 유엔 공식어 이외로는 세계 최초로 시도된 유엔새천년개발목표 보고서의 한국어판 발간을 기획, 2008년부터 지금까지 공동발행인으로 참여하고 있고, 유엔의 공식잡지 ≪UN Chronicle≫> 한국어판 발간도 준비중이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방한 때 외신담당관으로 활동했으며, 석사논문이자 번역되어 살림지식총서로 나온 ≪유엔사무총장≫은 사무총장에게 직접 전달된 바 있다. ≪한국인이 아닌 세계인으로 성공하라≫(공저), ≪유엔에서 일하고 싶어요≫, ≪SOS! 지구마을 구출작전≫ 등을 쓰거나 번역했다. 최근에는 베스트셀러가 된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를 통해 국제 활동에 관심 있는 모든 후배들에게 자신만의 독특한 스토리를 찾아보도록 권하고 있다. 트위터 주소는 @theUNtoday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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