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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만화라는 형식이 거둔 빛나는 성취
하늘에 속한 사람 윈/윈 형제, 폴 해터웨이/김성겸/홍성사/[북뉴스]
우연히 마주친 책 한 권이 인식의 지평에 커다란 균열을 일으켰다는 말, 심심치 않게 듣습니다.
처음부터 읽으려고 마음먹은 책에서 얻는 지식도 물론 좋지만 우연히, 그것도 딱히 마음에 드는 책이 없어 '이 정도쯤이라면', 하는 심정으로 산 책이 전두엽을 강타한다면 그 책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을 것입니다. 이 책, 〈하늘에 속한 사람, 윈〉이 그와 같았습니다.
기독서점 구석에서 발견한 만화는 속초에서 친구와 마주치는 것 같이 무척 생경했지만 오래 전에 손에 들었다 놓은 책을 각색한 만화라는 표지 설명은 사랑하는 사람을 편안한 자리에서 만나는 것 같은 친근함을 크게 발산하고 있었습니다. 기대감도 없지 않았습니다. 생각보다 원작의 맛을 잘 그려낸다면 원작을 당장에 사서 읽어보리라는 호기까지 일었으니 읽지 않은 원작에 대한 평소 인상이 높았던 까닭입니다.
본 만화의 원작은 〈하늘에 속한 사람〉입니다. 중국의 가난한 마을에서 태어난 '윈'이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 후 중국 대륙에 회심의 바람을 일으킨 내용을 주로 담고 있습니다. 일대기는 4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인 반면 본 만화는 120페이지를 채 넘지 못합니다. 또한 특성상 빠르게 읽어낼 수 있다는 장점을 갖추고 있습니다.
문제는 원작을 만화라는 형식에 얼마만큼 충실히 담아냈느냐에 있을 것입니다. 구색만 맞추었다면 오히려 원작으로 손이 가는 것을 막는 악재로 작용할 테고, 원작을 잘 소화했다고 하더라도 짧은 분량에 원작의 분위기와 내용을 충실히 담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만화라는 형식이 가진 위험성이 언제나 높아 보입니다. 그런 만큼 원작의 만화화가 성공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판가름은 작가의 원작에 대한 이해와 해석에 달렸다고 할 것입니다.
본 만화의 작가는 '〈House of Mystery〉 시리즈 외에 많은 작품을 그렸으며 소설을 만화화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이 분야의 베테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관심을 끈 부분은 그가 소설을 만화화 하는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런 일련의 작업을 통해 작가가 분량이 상당한 소설을 만화로 옮겨 쓰는 데 필요한 분석과 이해, 해석의 과정을 집중적으로 연마해 왔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아직 원작을 읽지 않은 상태라 원작을 충실하게 담아냈는지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없지만 몇 장의 컷에 감동 이상의 감동을 빽빽하게 들여놓았다는 데 후한 점수를 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서 너 번에 걸쳐 호흡을 가다듬어야했을 만큼 주인공의 헌신과 예수 그리스도의 돌보심의 극치가 바위에 부딪힌 파도가 하얀 포말을 거침없이 쏟아내듯이 가슴에 물결쳐 흘러내렸습니다. 마지막 부분(독일 망명 이후)을 서둘러 마감한 듯한 인상에 다소 아쉬운 감이 있지만 서두와 본론 부분에 가득 담긴 충격적 감동에 견주지는 못합니다.
'하늘에 속한 사람'은 윈의 닉네임이자 원작과 만화의 제목으로 윈이 '중국 정부의 극심한 박해 속에 서른 번 넘게 체포되어 모진 고문을 당하는 과정에서 얻은 이름'입니다.
윈은 아버지의 기적적인 암 치유로 예수 그리스를 영접하고 복음 전도자로 헌신합니다. 공산화된 중국은 기독교를 아편이라 이름하였던 만큼 기독교인들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에 앞장서고 있었습니다. 삼자애국교회를 설립하는 등의 회유책으로 기독교의 확산을 무력화하려던 중국 정부는 특히 기독교의 확산에 공이 큰 윈을 수십 차례에 걸쳐 옥에 가두고 고문을 자행함으로써 기독교를 말살하려는 음모를 노골화합니다.
하지만 윈의 복음을 향한 뜨거운 열정마저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윈은 감옥 속에서 수많은 회심자를 얻으며 복음전도자로서의 사명을 착실히 수행해 갑니다. 오랜 감옥 생활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 피로에 아랑곳하지 않고 복음 전도에 인생을 건 윈은 마침내 독일로 망명한 후 그곳에서 '백 투 예루살렘(Back To Jerusalem)'의 기치를 세웁니다.
이 책의 미덕은 복음에 헌신한 기독교인의 삶을 가감 없이 담아냈다는 데 있습니다. 고난과 역경에 대한 가열찬 응전 뿐 아니라 그 속에서 때때로 좌절하는 나약한 면면까지 솔직히 드러낸 책은, 주인공이 독자와 동떨어진 세계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 어디서든 마주칠 평범한 사람이라는 공감에 감정이입을 용이하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자칫 영웅주의로 화할 개연성이 많은 일대기를 농축하는 과정에서도 인물의 배면을 관통하는 실패와 좌절 등의 굴곡을 외면하지 않은 작가정신에 찬사를 보냅니다.
이 책은 원작으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 이상을 하고 있습니다. 원작과 함께 자리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완성도를 갖추고 있습니다. 만화라는 형식이 거둔 빛나는 성취가 독자들의 서재에 속히 당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글 김정완
우연히 마주친 책 한 권이 인식의 지평에 커다란 균열을 일으켰다는 말, 심심치 않게 듣습니다.
처음부터 읽으려고 마음먹은 책에서 얻는 지식도 물론 좋지만 우연히, 그것도 딱히 마음에 드는 책이 없어 '이 정도쯤이라면', 하는 심정으로 산 책이 전두엽을 강타한다면 그 책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을 것입니다. 이 책, 〈하늘에 속한 사람, 윈〉이 그와 같았습니다.
기독서점 구석에서 발견한 만화는 속초에서 친구와 마주치는 것 같이 무척 생경했지만 오래 전에 손에 들었다 놓은 책을 각색한 만화라는 표지 설명은 사랑하는 사람을 편안한 자리에서 만나는 것 같은 친근함을 크게 발산하고 있었습니다. 기대감도 없지 않았습니다. 생각보다 원작의 맛을 잘 그려낸다면 원작을 당장에 사서 읽어보리라는 호기까지 일었으니 읽지 않은 원작에 대한 평소 인상이 높았던 까닭입니다.
본 만화의 원작은 〈하늘에 속한 사람〉입니다. 중국의 가난한 마을에서 태어난 '윈'이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 후 중국 대륙에 회심의 바람을 일으킨 내용을 주로 담고 있습니다. 일대기는 4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인 반면 본 만화는 120페이지를 채 넘지 못합니다. 또한 특성상 빠르게 읽어낼 수 있다는 장점을 갖추고 있습니다.
문제는 원작을 만화라는 형식에 얼마만큼 충실히 담아냈느냐에 있을 것입니다. 구색만 맞추었다면 오히려 원작으로 손이 가는 것을 막는 악재로 작용할 테고, 원작을 잘 소화했다고 하더라도 짧은 분량에 원작의 분위기와 내용을 충실히 담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만화라는 형식이 가진 위험성이 언제나 높아 보입니다. 그런 만큼 원작의 만화화가 성공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판가름은 작가의 원작에 대한 이해와 해석에 달렸다고 할 것입니다.
본 만화의 작가는 '〈House of Mystery〉 시리즈 외에 많은 작품을 그렸으며 소설을 만화화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이 분야의 베테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관심을 끈 부분은 그가 소설을 만화화 하는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런 일련의 작업을 통해 작가가 분량이 상당한 소설을 만화로 옮겨 쓰는 데 필요한 분석과 이해, 해석의 과정을 집중적으로 연마해 왔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아직 원작을 읽지 않은 상태라 원작을 충실하게 담아냈는지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없지만 몇 장의 컷에 감동 이상의 감동을 빽빽하게 들여놓았다는 데 후한 점수를 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서 너 번에 걸쳐 호흡을 가다듬어야했을 만큼 주인공의 헌신과 예수 그리스도의 돌보심의 극치가 바위에 부딪힌 파도가 하얀 포말을 거침없이 쏟아내듯이 가슴에 물결쳐 흘러내렸습니다. 마지막 부분(독일 망명 이후)을 서둘러 마감한 듯한 인상에 다소 아쉬운 감이 있지만 서두와 본론 부분에 가득 담긴 충격적 감동에 견주지는 못합니다.
'하늘에 속한 사람'은 윈의 닉네임이자 원작과 만화의 제목으로 윈이 '중국 정부의 극심한 박해 속에 서른 번 넘게 체포되어 모진 고문을 당하는 과정에서 얻은 이름'입니다.
윈은 아버지의 기적적인 암 치유로 예수 그리스를 영접하고 복음 전도자로 헌신합니다. 공산화된 중국은 기독교를 아편이라 이름하였던 만큼 기독교인들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에 앞장서고 있었습니다. 삼자애국교회를 설립하는 등의 회유책으로 기독교의 확산을 무력화하려던 중국 정부는 특히 기독교의 확산에 공이 큰 윈을 수십 차례에 걸쳐 옥에 가두고 고문을 자행함으로써 기독교를 말살하려는 음모를 노골화합니다.
하지만 윈의 복음을 향한 뜨거운 열정마저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윈은 감옥 속에서 수많은 회심자를 얻으며 복음전도자로서의 사명을 착실히 수행해 갑니다. 오랜 감옥 생활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 피로에 아랑곳하지 않고 복음 전도에 인생을 건 윈은 마침내 독일로 망명한 후 그곳에서 '백 투 예루살렘(Back To Jerusalem)'의 기치를 세웁니다.
이 책의 미덕은 복음에 헌신한 기독교인의 삶을 가감 없이 담아냈다는 데 있습니다. 고난과 역경에 대한 가열찬 응전 뿐 아니라 그 속에서 때때로 좌절하는 나약한 면면까지 솔직히 드러낸 책은, 주인공이 독자와 동떨어진 세계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 어디서든 마주칠 평범한 사람이라는 공감에 감정이입을 용이하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자칫 영웅주의로 화할 개연성이 많은 일대기를 농축하는 과정에서도 인물의 배면을 관통하는 실패와 좌절 등의 굴곡을 외면하지 않은 작가정신에 찬사를 보냅니다.
이 책은 원작으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 이상을 하고 있습니다. 원작과 함께 자리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완성도를 갖추고 있습니다. 만화라는 형식이 거둔 빛나는 성취가 독자들의 서재에 속히 당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글 김정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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