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매우 섬세한 일

채천석 | 2016.01.15 21:47

 산상수훈은 천국 백성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예수님께서 주신 윤리적 실천 강령이다. 산상수훈에 나오는 많은 예수님의 주옥 같은 말씀은 세상 윤리를 초월하는 천국 윤리를 담고 있다. 이 산상수훈은 하나님 나라에 합당한 삶을 약술한다.  

 

예수님은 산상수훈의 7장 초두에서 우리로 하여금 비판하지 말 것을 말씀하신다. 하지만 이 말씀을 문자적으로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모두 예수님의 말씀을 범하는 죄를 짓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비판 한번 하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바보나 모든 사건과 사물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지 사고하는 능력을 가진 정상적인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사물과 사건을 보고 판단하고 비판하게 되어 있다.

 

또한 비판은 죄가 아니라 인간의 숭고한 활동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문학작품이나 음악을 듣고 비평할 때, 그것이 작가나 음악가에게 도움을 주고, 또 보고 듣는 사람들은 비평을 통해서 자기 증진을 가져올 수 있다. 발전적인 비판은 해야 한다. 현실에 안주하여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만족하고 산다면, 세상은 퇴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어째서 예수님은 여기서 비판하지 말라고 말씀하시는가? 그것은 비판을 위한 비판, 결론이 없는 비판, 대안이 없는 비판, 즉 비난을 하지 말라는 말씀이다. 비판은 상대방을 미워하는 마음이 아니라 사랑하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 비판은 그 태도에 따라서 의가 되기도 하고 죄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예수님의 말씀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수님은 1절에 비판을 받지 아니하려거든 비판하지 말라고 말씀하신다. 우리가 그 비판으로 헤아림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2). 산에 올라가서 소리를 질러보면, 그것이 다시 반사되어 우리에게 들려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스도인은 비판보다는 칭찬을 많이 해야 한다. 우리가 칭찬하면 할수록 칭찬이 우리의 귀에 반사되고, 비판하면 할수록 비판이 우리의 귀에 반사된다. 그리스도인은 비판이 아니라 남을 칭찬하는 일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것도 당사자가 없는 데서 칭찬을 자주 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 일을 자주 거꾸로 한다. 당사자가 있으면 칭찬하고, 없으면 비판한다. 이것은 잘못된 그리스도인의 태도다.

 

또 예수님은 3절에서 왜 우리가 함부로 비판할 수 없는지를 부연 설명하신다. 우리의 눈 속에 들보가 있기 때문이다. 들보처럼 큰 잘못을 갖고 있는 자가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를 빼려고 할 수는 없다. 들보 즉 기둥은 티와는 비교가 안 되게 크다.

 

그런데 예수님은 똑같은 성정을 가진 우리에게 어째서 눈에 들보를 갖고 있다고 말씀하시는가? 우리는 외적 잘못만이 아니라 남이 알지 못하는 내적 죄들도 역시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형제의 외적인 잘못만을 보고 판단하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의 내적 잘못도 안고 있다. 이 내적 잘못은 마음으로 짓는 모든 죄를 포함한다. 따라서 그것은 단순한 외적 잘못보다 훨씬 크다. 즉 우리는 들보를 갖고 있다. 이런 우리가 어떻게 겉으로 보이는 형제의 작은 외적 잘못을 가지고 왈가왈부할 수 있겠는가! 눈에 들보를 갖고 있는 우리는 형제의 작은 티 같은 잘못을 함부로 지적할 수는 없다(4).

 

그렇다면 우리는 형제의 모든 잘못을 전혀 말할 수 없는가? 그렇지는 않다. 예수님은 형제의 잘못을 지적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으신다. 즉 예수님은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를 빼려면 그 전에 너의 눈 속에 있는 들보를 빼라고 말씀하신다. 형제의 잘못을 지적하기 전에 너의 잘못을 먼저 고치라는 것이다. 너의 마음속에 있는 죄를 순결하게 하라. 그런 후에야 형제의 잘못을 지적할 수 있으리라!

 

예수님은 이 말씀으로 우리가 비판을 쉽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씀하시고 있다.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를 빼는 일은 매우 섬세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랑을 필요로 한다. 사랑 없이 눈 속에 티를 빼려는 것은 형제의 눈을 잘못되게 하여 도리어 관계를 악화시킬 수가 있다. 주님은 말씀하신다. “먼저 네 눈 속에 들보를 빼어라 그 후에야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를 빼리라”(5). 우리가 비판을 쉽게 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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