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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와 자유주의는 다른 종교다
기독교와 자유주의: 정통 기독교의 본질을 말하다/J. G. 메이첸/황영철/복있는사람/조정의 편집인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 있다. 역사적으로 적실한 내용을 탁월하게 담고 있는 책, 그래서 굉장히 많은 세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의미 있고 도전을 주는 책. 메이첸의 <기독교와 자유주의>가 그런 책 중에 하나다. 웨인 그루뎀은 추천사에서 “나는 모든 신학 입문 강의에서 이 책을 필독서로 삼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금의 웨스트민스터 신학대학원을 설립하게 된 배경이자 수많은 선교사를 파송하는 사역을 시작하게 만든 계기, 자유주의 신학과 논쟁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전제를 구축한 책이 바로 <기독교와 자유주의>이다. 지금 자유주의 신학은 기독교의 옷을 입고 교회와 신학교의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메이첸은 이 책을 통하여 자유주의 신학은 기독교가 아니라 또 다른 종교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렇게 과격한 발언은 많은 사람을 불편하게 할 것이 분명하지만, 누구든지 복음주의와 자유주의를 조화롭게 수용하려고 애쓴다면, 메이첸이 구분한 둘의 명백한 차이 앞에 결국 부딪히게 될 것이다.
J. G. 메이첸은(1881-1937) 정통 장로교 집안에서 자라나 존스홉킨스 대학과 프린스턴 신학교를 졸업하고 독일 마르부르크, 괴팅겐 대학에서 공부하면서 자유주의 신학의 영향 아래 크게 흔들리다가 정통 신학으로 돌아와 자신에게 영향을 끼친 자유주의 신학의 위험성을 끊임없이 알리고 경고했다. 교수로 있던 프린스턴 신학교가 자유주의 신학에 정복당하자, 그는 학교를 그만두고 웨스트민스터 신학교를 설립했다. 자유주의 신학을 추종하는 리더가 미국북장로교회를 주도하자 정통장로교회를 설립했다. 한 마디로 메이첸의 삶 자체가 자유주의 신학에서 벗어나 정통 기독교 교리를 가르치고 실천하려는 삶이었고, 이 책 <기독교와 자유주의>는 왜 그토록 그가 안정된 삶의 터전을 버리고 새로운 학교와 교단을 설립하면서까지 자기 신앙을 지키려고 했는지 그 분명한 이유를 알게 한다.
한 가지 분명히 밝힐 것은 메이첸이 사람을 미워하거나 정죄한 것이 아니라 교리를 비판하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 차이를 분명히 알지 못한 채, 자유주의 신학을 하는 모든 사람을 신앙이 없고 구원도 없으며 인격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것처럼 혹은 마치 기독교의 배교자처럼 취급한 것 아니냐고 메이첸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사실 이런 식의 비판은 메이첸의 책을 읽어본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말이다. 그는 매우 친절하고 정중하게 문제를 다룬다. 예리하면서도 열정적으로 호소하는 내용을 발견할 때마다 사람이 만든 이론이 아니라 성령 하나님께서 계시하신 하나님의 진리를 그가 얼마나 사모하고 또 지켜내기 원하는지 발견할 따름이다. 메이첸이 자유주의 신학과 정통 기독교 신학의 차이를 보여주기 위해 선택한 주제는 하나님(신론), 인간(인간론), 성경(성경론), 그리스도(기독론), 구원(구원론), 교회(교회론) 등이다. 각각 주요한 쟁점이 있지만, 공통적으로 전제하는 것은 기독교가 하나의 교리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실제 역사적 사건과 교리가 일치하는 특징을 갖는다는 주장이다. 자유주의 신학은 성경이 주장하는 역사적 사실을 어떤 식으로든 부정하거나 교정하고, 그래도 교리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참 기독교 신앙은 교리와 사건이 별개가 될 수 없다고 메이첸은 강력하게 호소한다.
자유주의는 여러 이름으로 정통 학문에 영향을 미친다. 때로는 새로운 관점에서 진리를 탐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한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가령 인문학으로 성경과 기독교를 그려내려는 노력을 우리는 쉽게 기독교 내부에서 발견한다. 하지만, 기독교 신앙은 변하지 않는 진리 위에 세워져 있다. 이성과 감정을 앞세우고 새롭게 각색한 진리로 기독교 신앙을 지켜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메이첸의 말처럼 새로운 관점이 아니라 새로운 종교를 만들어낼 뿐이다. 무서운 현실은 자유주의 신학이 주류 기독교 내부에 너무 많이 침투했고 또 대중적으로 퍼져나가면서 강단뿐만 아니라 성도의 일상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스 철학과 지혜를 추앙하는 고린도 교회에 바울은 편지하면서, “내가 너희 중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그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알지 아니하기로 작정하였음이라”라고 기독교 신앙의 정수를 밝혔다(고전 2:2). 우리에겐 새로운 관점이 필요 없다. 과학적 비평과 신박한 패러다임을 이용할 필요도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언제나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 그리스도뿐이다. 사람이 만든 온갖 이론과 견해와 관점과 교리는 시간이 지나면 폐기될 것이지만, 성령이 내주하는 성도의 가슴에 남고 죄와 허물로 죽은 영혼을 새롭게 태어나게 하는 그리스도 예수는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게 성경의 증언대로 살아계신다. 나는 메이첸의 편에 서기 원한다. 그가 선택한 진영이 모래 위가 아니라 반석 위라는 것을 확신한다. 하나님께서 <기독교와 자유주의>를 통하여 오랜 세월 그렇게 역사하신 것처럼, 저자처럼 방황하는 수많은 독자를 올바른 곳으로 인도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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