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추천도서
우울증을 안고 살아간 믿음의 사람들
설교나 상담 때 가끔 이야기하는 말이 있다. ‘신자도 맞으면 아프다.’
그렇다. 신자도 맞으면 아프다. 병이 들면 아프고 억울한 일을 당하고 비난 받으면 상처받는다.
이전에 평신도 때나 부교역자로 사역할 때 후배나 성도들을 케어하다가 보면 힘들고 번아웃 될 때가 있다. 육체적으로도 너무 지치고 버거울 때가 있다. 아플 때도 있다. 그런데 주변에서 내게 괜찮냐거나 좀 쉬라는 말을 별로 듣지 못했다. 일부 그렇게 말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의례적이거나 진정 내가 힘들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이는 극히 일부였다. 어떤 때는 같은 사역자도 그렇게 받아들여주지 않을 때가 상당수 있었다. 하긴 내가 그런 맷집이 좀 강하긴 했다. 어떤 때 상처라는 것에 좀 둔감하고 아프다는 반응이 좀 둔하긴 했다.
하지만 그것이 내가 남들보다 강해서거나 내게 가해지는 아픔의 강도자체가 약한 것은 아니었을 게다. 단지 아프다는 말을 적게 하거나 그 표현이 더딜 뿐 아니었을까?
그래서 가끔은 남들의 배려를 받고 싶을 때가 있었다(물론 나를 도와주고 격려해준 이들의 사랑은 내게 너무나 크고 크다). 특히 같은 사역자나 리더들에게서는 더더욱 그러했던 것 같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장황스럽게 하는 것은 이번에 읽은 ‘영혼의 밤을 지날 때’를 읽으며 스쳐가던 과거의 기억 때문이다. 아프다 힘들다 하는데 잠시 쉬라는 말 대신에 또 다른 일을 한아름 받아야 했던 기억. 번아웃 될지 모른다고 하는데 교회사정상 어쩌냐며 더 일이 주어졌던 기억들...
이 책은 누구나 알고 있는 믿음의 사람들(한 사람은 제외하고)이 보기와는 달리 극심한 우울증을 안고 살았음을 이야기한다. 종종 신앙이 좋은 사람들은 정신질환이나 우울증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어떤 때 책에서 등장하는 이들처럼 놀라운 사역과 존경을 받던 이들도 그 내면 속에 깊은 어둠과 상처, 우울증에 시달렸던 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
어떤 때 그 우울증이 극심한 사역의 무게와 주변의 힘든 상황일 수도 있고 그것이 집안내력이나 본인의 성격적인 요인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그들의 영적 수준의 잣대가 되는 것은 아님을 저자는 말해주는 듯하다. 오히려 그 신앙이 있기에 바닥을 치며 내려가도 그것이 끝이 아님을 이야기한다.
내 자신 이 책에 언급된 분들과는 비교 대상도 될 수 없지만 종종 힘들 때 나를 버티게 한 것은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사랑 때문이다. 아니 좀더 분명하게 이야기하자면 하나님이 나를 놓지 않으셨기에 버틸 수 있었고 아주 넘어지지는 않았던 것이다. 감정적으로는 아주 파산 지경이고 극단의 상황도 생각할 때가 있다 할지라도 거기서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주어지는 것이다.
신자도 아프다. 그리고 아프면 소리 지르고 몸부림도 친다. 사실 시편은 그런 시편기자의 울부짖음이 상당수 담겨 있다. 그것을 이해할 때 신앙은 보다 현실적이 되고 피상적이지 않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시는 분은 또 읽으시는 분은 자신의 문제로만 이 책을 읽지 마시기를 바란다. 내가 아프고 힘들다고 느낄 때, 내 옆에 나보다 힘든 고통과 우울증에 함몰되어 있는 이가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그런 분들에게 가끔씩 시선을 돌리고 그분들에게 캔커피 하나라도, 뜨거운 국밥 한 그릇이라도 사주며 그분들의 말도 안 되는 넋두리를 잠시라도 들어주기를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