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추천도서
살아 숨 쉬는 이야기, 여전히 적실한 이야기
살아 숨 쉬는 이야기, 여전히 적실한 이야기
이야기꾼이 돌아왔다. 시종일관 흥미로운 전개에 울고 웃다를 반복한다. 성경 이야기가 이렇게 흥미진진하다니. 오랫동안 성경을 읽고 연구했는데. 이 책을 통해 미처 보지 못했던 성경 곳곳에 숨어 있던 부분을 새롭게 보게 된다.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 말이다. 저자의 통찰과 적실한 표현으로 성경 이야기는 살아 숨 쉰다.
레이첼 헬드 에반스(Rachel Held Evans, 1981~2019)는 『교회를 찾아서』(비아, 2018)를 통해 처음 만났다. 자신의 서사 가운데서 교회와 하나님에 대해서 풀어내는 능력에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그 책은 교회의 배타적 모습에 실망했던 그녀가 다시 교회로 돌아오게 된 과정을 그리는 그녀의 이야기다.
『다시, 성경으로』는 성경의 이야기를 재해석하며, 본문의 행간에 담긴 미묘한 감정, 본문을 둘러싼 문화적 맥락 등을 다양한 시각으로 풍성하게 풀어내고 있다. 거기에 자신의 이야기가 가미되어 더욱 친근하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여전히 신학적으로 논쟁 중인 까다로운 본문들이나 주제에도 과감하게 질문을 던지며 우리에게 이 해석의 작업에 동참하자고 손을 내민다.
매 챕터는 거의 비슷한 구성이다. 시작은 성경 이야기의 재해석이다. 행간에 있는 등장인물의 행동이나 말, 감정 등을 묘사한다. 이 부분만 따로 모아서 소책자를 내도 사서 읽고 싶을 정도다. 매우 흥미롭고, 새롭다. 놀라운 통찰 앞에 그저 감탄만 할 때도 있다. '어떻게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 '어떻게 이렇게 표현할 수 있지?' 저자의 표현력과 상상력이 부러울 따름이다.
매 챕터의 성경 이야기 이후에 본격적으로 각각의 주제를 논한다. 각 주제는 기원, 구원, 전쟁, 지혜, 저항, 복음, 기적, 교회 이야기다. 저자는 자신이 경험하고 느꼈던 그 이야기 한가운데로 들어간다. 더불어 신학적이며 역사적인 해석 작업과 실제적인 적용으로 우리를 이끈다. 산뜻하고 신선한 문체지만 내용은 단단하다. 그녀의 질문은 정직하고 날카롭다.
책의 말미에 저자의 배려가 돋보인다. 그녀는 무엇보다 이 책이 자신의 어떤 책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함께 읽히고 토론하고 창의적으로 사용되기를 바란다. '리딩 가이드'와 '토론을 위한 질문'은 우리가 이 책을 함께 읽도록 독려한다. 성경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질문에 피하지 말라 한다. 더불어 함께 상상해 보자 한다.
국외 저자의 책을 읽을 때 간혹 경험하는 작은 뿌듯함은 국내 저자나 회사, 명칭 등을 발견하게 될 때다. 이 책에서도 몇 가지를 발견할 수 있다. 백인 우월주의자였던 딜런 루프가 현대 엘란트라를 탔다는 것인데, 사실 썩 유쾌한 내용은 아니다. 이보다 더 자부심을 느끼게 했던 것은 4장에 등장하는 라승찬 교수다. 꽤 비중 있게 그의 책을 인용한다.
아, 이 책의 '들어가며'만 읽었는데 내용뿐만 아니라 편집과 디자인 등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다 읽은 뒤 그 생각은 더욱 분명해진다. 앞으로 이 출판사에서 나오는 책은 믿고 봐도 되겠구나 생각된다. 그래서 이 출판사를 인터넷 서점에 알림 등록해뒀다. 번역도 매끄럽다(역시 알림 등록^^). 저자와 역자, 내용과 편집 등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책이다. 심지어 책의 크기와 무게까지도.
안타깝게도 더 이상 이 저자의 출간 알림은 듣기 어렵겠다. 그녀는 작년 이 맘 때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불과 37세로. 그녀의 이야기가 더 듣고 싶은데. 다양한 성경의 이야기들과 신학적 주제들을 그녀가 어떻게 풀어낼지, 우리의 삶에 어떻게 적실하게 적용할지 기대되는데. 읽는 내내 마음 한 켠이 헛헛했다. 너무도 아쉽기에 더욱 소중한 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