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추천도서
서로 사랑하는 부부됨을 위하여

좋은 남편이 된다는 것, 좋은 부부가 된다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처음 만나 불꽃같은 시간을 지나며 서로가 좋아하게 되고 결혼하게 되는 과정까지를 이끌었던 힘이 사라지고 나면 그 뒤에는 서로의 장점이라고 여겼던 다름이 서로에게 짐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하게 되기 때문이다. 결혼식을 올린 지 17년이 되었고, 서로 알게 지낸 것으로 하면 20년도 넘은 아내와 함께 했던 시간들을 돌이켜 보면 관계의 회복 없이 그저 유지했던, 상황을 해결하지 않고 그냥 묻어두었던 일들이 너무나 많았던 것을 보게 된다.
결혼과 관련된, 부부와 관련된 많은 책들을 읽고 정리하고 심지어 가르치기도 했다. 남녀의 차이에 대해 설명하고 각자에게 맡겨진 영역이 어떻게 다르며 기대가 어떻게 다른지를 알아가는 공부는 어느 정도 부부생활에 도움을 주었고, 다른 이들을 돌보는데 유익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한 부부관계 안에서 그 지식을 잘 사용하지 않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다름’보다는 ‘같음’에 집중하는 것이 더 세련된 경향이라는 생각도 있었고, 더 신실해 보인다는 생각(모든 인간은 “‘다’ 하나님의 은혜가 필요한 죄인이다”와 같은 생각을 의미한다)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최근 나의 결혼 생활이 흔들리기 시작하는 일이 있었다. 가장 안정적이라고 느꼈던 부부 안에서 갈등의 소리들이 커져갔고, 결국에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나는 열심을 다해 달리던 것을 잠간 멈춰야 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을 돌아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멈춰 서서 다시 이 오래 전에 이미 끝냈다고 생각했던 주제, 부부의 서로 다름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에 발견한 책이 ‘더 좋은 반쪽이 되는 법’이었다. 대중적인 글과 강연을 주로 하는 저자 ‘릭 존슨’은 적어도 한국에 있는 내게는 유명한 작가가 아니었다. 목회자가 아니라는 사실, 그리고 특별한 신학적 배경이 없다는 그의 이력은 이전에 읽었던 다른 저자들의 이력에 비해 초라해 보였다. 그런데 막상 책을 펼쳐 읽은 지 30분도 지나지 않아 저자의 솔직함과 통찰 그리고 적절한 조언들에 무릎을 치게 되었다. 꼭 필요한 때에 가장 적절한 방식으로 나에게 찾아온 책이었다.
저자는 남과 여의 다름을 집중한다. 그리고 남자는 양태를 의미하는 ‘모드’라는 단어로, 여자는 분위기를 의미하는 ‘무드’라는 단어로 그 차이를 강조하며 일곱 가지 남녀의 특징과 그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행동양식의 다름, 그리고 그 다름을 지지하면서도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들려주고 있다. 저자는 이렇게 서론을 통해 밝힌다.
“남편이 아내의 분위기를 이해하고 인식할 때, 그리고 아내가 남편의 활동 양태를 인정하고 존중할 때, 결혼은 일이 아니라 경이로움이 되고, 좌절이 아니라 매력으로 다가온다. ‘단순히 함께 거하기’ 위하여 같이 있는 것이 아니라, 헌신적으로 친밀해지기 위해서 같이 있게 된다”(22p).
책은 목차만 봐도 뭘 이야기할 지 알 수 있을 만큼 심플하게 구성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심플한 구성 안에 들어 있는 각각의 내용이다. 저자는 놀랄 만큼 솔직하게 남자와 여자가 가지고 있는 특징을 드러내고 가감 없이 이야기라는 방식으로 분석한 것을 들려준다. 1장에서 남자의 첫 번째 모드를 ‘성관계’라고 정리한다. 남자들이 가장 원하고 바라는 것, 그리고 남자를 남자라고 부르는 가장 강력한 특징을 ‘성관계’라고 말하는 저자의 논리를 듣다보면 은연 중 ‘그럴 수 있겠다’ 생각했던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말하는 저자의 글과 그 글의 논리에 감탄하게 된다. 저자는 이론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를 이야기하며, 돌려서 거룩한 단어들을 사용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구체적인 방식으로 말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2장에 넘어가 ‘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일은 남자들이 아내와 자녀를 사랑하는 가장 중요한 사랑의 방식이다. 그런데 많은 경우 일과 가정을 반대되는 것처럼 아내들이 말하는 것을 듣는다. 남자에게 있어 일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 일이라고 하는 장에서 밀려난다는 것이 왜 존재의 근원을 흔드는 것이 되는지 저자는 인간의 기원에서부터 드러내고 있다.
이렇듯 일곱 가지 남자의 모드를 그 우선순위별로 살펴본 저자는 이제 여자의 일곱 가지 무드의 부분을 이야기한다. 남자인 저자의 한계인지도 모르지만 남자의 그것만큼 충격적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역시 많은 부분에서 여자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내가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었다. 오래 함께 했기 때문에 안다고 생각했던 많은 부분에서 몰랐다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각 챕터의 마지막 부분에는, 앞의 내용을 몇 문장으로 요약해주는 부분과 압축된 문장으로 마음에 새겨놓아야 할 문장들, 치유하는 말과 상처를 주는 말이 한 페이지 분량으로 정리되어 있다. 책을 읽고 정리하기 힘들어 하는 분들, 읽어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독자들을 향한 구체적인 정리와 실천의 가이드를 이렇게 친절하게 제시한 것이다.
남녀의 차이에 대해 많은 책을 이미 읽었다. 부부관계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 책들도 여럿 읽고 들었다. 그런데 이 책이, 최근 내가 경험한 아내와의 관계 안에서의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가장 유익했다. 유명한 사람의 유명한 책은 아니지만 아마도 이 책을 펼치게 되는 많은 분들이 구체적인 부부관계의 변화를 시작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에 즐거운 마음으로 이 책을 나누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