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추천도서

한국교회의 극단적 반공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책

한국교회에 있어 북한에 대한 문제는 가장 큰 걸림돌이곤 하다. 적지 않은 교회나 목회자가 반공을 기치로 친정권적 성향을 드러내거나 정권옹호적인 발언 등을 하고 심지어는 적극적인 행동과 무력을 행하기도 해왔다. 이에 대해 교회 내에서도 비판하는 이들이 많았고 사회적으로도 부정적인 시각 등이 강했다. 이에 대한 원인을 교회에 대한 보수성과 친정권에 대한 경도로 보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그것만으로 보기에는 한국교회의 북한에 대한 거부감은 심하게 이야기하면 병적일 정도다.
최근 이런 한국교회와 현대사 관련문제를 다루는 책들이 최근에 여러 권 나왔고 그 시각과 비판은 예리하다. 이번에 읽은 윤정란의 ‘한국전쟁과 기독교’는 이와 같은 선상에 있는 듯 하지만 기존의 책들과는 결이 다르다.
저자는 한국교회의 반공과 친정권적 성향의 원인을 한국전쟁 전후와 5.16 쿠데타까지 집중한다. 해방후 북한 서북지역 교회와 교인들에 대한 북한 공산당의 탄압과 월남을 기원으로 한다.
서북지역 기독교인과 교회는 토지개혁으로 경제적 기반과 종교적 자유를 빼앗기는 어려움을 겪었다. 기독교인 중 토지를 소유한 이들이 많기는 했지만 남한의 대지주와는 성격이 달랐기에 북한의 토지개혁은 남한의 지주와 소작농 문제와는 달랐다.
정치적 충돌과 삶의 기반을 상실한 서북 지역의 목회자과 성도들은 대거 월남하여 남한에서 세력화를 이루었고, 또 한경직 목사 등을 중심으로 한 미국교회와의 연계로 쉽게 세력화를 이루었음을 이야기한다.
또 북한에서의 경험은 서북 청년단과 지도자들이 반공에 경도될 수밖에 없게 만들었음을 이 책은 보여준다. 서북지역 월남교인들이 한국전쟁과 구제사업에서도 주도적이었고 특히 한경직 목사와 일부 지도자들이 이 중심에 서있음을 이야기한다. 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듯 맹목적인 친정권적 성향을 드러낸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반공을 적극적 의지를 지녔는가에 따라 그 태도도 달라졌다. 휴전회담에서 WCC 등과 서북 지역 월남교회와의 충돌은 그것을 보여준다. 이승만과 일부 교계의 충돌도 그러했다-WCC 에 대해 한국교회의 강한 거부의 가장 큰 요인이 그 시점에서 시작되었음을 저자는 이야기한다.
4.19전후 한국 기독교계의 불안도 이승만 정권이 북한보다 우월성이 없다는 사회적 인식이었고, 그 여파로 4.19이후 대두된 통일 운동 등은 결국 서북 지역 교회가 5.16에 대한 지지로 나타났다. 박정희 군사정권의 지지는 공산체제보다 우월한 체제를 세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였다.
저자의 책은 해방후 교회와 정치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많은 책들에서 주장하는 내용들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저자의 사관이나 관점보다는 어떻게든 당시의 자료들을 객관적으로 다루려고 노력한다. 종종 이전 책들이 비판적 관점과 사관으로 그 증거들을 모아 결합시키는 경향이 은연중에 나타나는 데에 비해, 저자는 상당한 자료들을 근거로 당시의 상황을 재구성하고 그려간다. 그 사료들이 부정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그저 모아 드러내고 저자의 판단은 되도록 유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저자의 태도는 이 책을 읽는 일부 독자에게는 저자가 한국교회의 현재의 극단적 반공주의와 친정권적인 모습을 일부 옹호하는 모습처럼 비쳐질 수 있을지라도, 사실 저자는 교회를 옹호하기보다는 당시의 상황과 사건을 통해 교회가 지금의 모습을 어떻게 형성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원인과 배경을 담아내는 작업을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이러한 작업을 통해 지금의 한국교회의 현 상황을 좀더 분석적으로 이해하고 그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틀과 토대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동급의 책에 비하면 가격이 상당하긴 하지만 다른 책에서는 볼 수 없는 시각을 주는 꼭 읽어 볼만한 중요한 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추신: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와 필자 블로그 그리고 페이스북에만 국한 되었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