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추천도서

근본주의가 남겨준 유산

칼빈주의자 리처드 마우, 보수신앙의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진가를 논하다
개신교 ‘보수신앙’은 개신교 전통의 ‘근본적인 것들’, 곧 십자가 복음과 성경의 권위 등을 무엇보다 가장 소중한 것으로 믿는 신앙이다. 신앙의 전통을 고수하기 때문에 보수신앙에는 지금 시대와는 어울리지 않는 듯한 요소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서구에서는 기독교사회가 이성과 합리를 중시하는 근대의 세속화를 겪으며 큰 위기를 겪었고, 지금도 보수신앙은 우리나라에서나 서구에서나 끊임없이 시대와 사회와 불화하며 자기 자리를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보수신앙인들은 신앙과 삶을 분리시켜 보수신앙과 세속적 삶을 각각 보존하려고 하고, 어떤 보수신앙인들은 시대정신을 따라 보수신앙을 버리기로 선택하는 일들이 생겨왔다. 그리고 그것이 보수신앙의 가치와 의미를 더욱 희미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는 듯하다.
리처드 마우는 그렇게 현대 사회 속에서 표류하는 보수신앙의 올바른 자리를 찾는 작업을 계속 해오고 있는 사람이다. 이 책에서 그는 보수신앙인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며, 또한 그러한 자신의 정체성이 결코 현대 사회 안에서 사라져야 할 전근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 또한 분명히 밝힌다. 그는 자신과 같이 기독교의 ‘근본적인 것들’을 믿는 보수신앙인들이 보여온 결점과 이점들을 공정하게 살피며, 장막 집회의 ‘톱밥 향기’를 연상시키는 보수신앙의 진정한 가치와 나아갈 방향을 마치 자기 신앙을 고백하듯이 제시해준다.
저자 리처드 마우
저자 리처드 J. 마우(Richard J. Mouw)는 현대사회에서 기독교가 나아갈 길을 고민하는 대표적인 복음주의 기독지성인으로 손꼽힌다. 칼빈대학교에서 17년간 기독교 철학과 윤리학을 가르쳤고, 1985년부터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한 풀러신학교에서 1993년에 총장으로 취임하여 2013년에 퇴임하기까지 다양한 저술과 강연, 기고 활동을 했다. 풀러신학교의 총장에서 퇴임한 이후에도 현재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07년에는 프린스턴신학교의 ‘공적 신학을 위한 아브라함카이퍼센터’에서 ‘개혁신학과 공공 생활’에 기여한 바를 인정받아 ‘아브라함카이퍼상’을 받았다. 여러 저서들 중 『버거킹에서 기도하기』, 『무례한 기독교』(이상 IVP), 『문화와 일반 은총』(새물결플러스), 『왜곡된 진리』(CUP), 『칼빈주의, 라스베가스 공항을 가다』, 『아브라함 카이퍼』(이상 SFC) 등이 우리말로 번역되었다.
역자 김동규
역자 김동규는 총신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이후 서강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폴 리쾨르에 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은 다음, 마리옹과 리쾨르의 주체 물음을 연구하여 같은 학교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는 피에르 테브나즈의 『현상학이란 무엇인가』,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탈출에 관해서』, 『후설 현상학에서의 직관 이론』, 폴 리쾨르의 『해석에 대하여: 프로이트에 관한 시론』(공역), 앤서니 티슬턴의 『성경해석학 개론』, 리처드 마우의 『칼빈주의 라스베가스 공항을 가다』, 재커리 심슨의 『예술로서의 삶』이 있다. 지은 책으로는 『미술은 철학의 눈이다』(공저), 『프랑스 철학의 위대한 시절』(공저), 『선물과 신비: 장-뤽 마리옹의 신-담론』이 있다. 서강대학교 철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했고, 여러 학교와 연구단체에서 철학과 신학의 여러 분야를 강의했다. 벨기에 루벤(루뱅)가톨릭대학교(KU Leuven)에서 종교철학, 신학 등을 공부하고 있다.
역자 김행민
역자 김행민은 성공회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했고, 세이브더칠드런 산하 아동보호전문기관(마포, 안산)에서 일했다. 죠이선교회 법인사무국 간사로 있었으며, 현재는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에 소재한 사회복지법인 교남재단에서 일하고 있다.
목차
1장 천막들과 길들에 관하여 9
2장 자연스러운 영성 21
3장 가치를 띤 꼬리표 27
4장 독실한 복음주의자 만들기 41
5장 복음주의를 간직하다 65
6장 다시 생각해본 근본주의 83
7장 근본적인 것들을 강조하기 103
8장 유대인에게 먼저 113
9장 세대주의자의 은총들 139
10장 헬렌 수녀님의 눈물 이해하기 155
11장 ‘진짜’ 전도 171
12장 ‘보혈 설교’ 189
13장 마음속에 숨겨놓은 성경말씀 203
14장 새로운 현세지향성을 향하여 215
15장 복잡함 너머 227
책 속으로
이 책에서는 톱밥길이 남긴 유산의 영향력을 되짚어보려고 한다. 물론 이와 더불어 그것의 몇몇 약점들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이야기할 것이다. 나는 여태껏 톱밥길의 종교와 관련된 결점들과 지나친 점들을 바로잡는 일에 전념해왔던 복음주의자들과 함께 일하면서 내 인생의 황금기를 보내왔다. 이것은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나는 또한 최근에 우리의 비평작업 가운데 우리가 톱밥에 있는 몇몇 좋은 점들을 보는 눈을 잃어버린 것이 염려되기 시작했다. 나는 톱밥 향기를 잘 보존하는 것이 복음주의 운동을 건강하게 한다고 확신한다.(10~11쪽 중)
다른 사람들과 함께 복음주의 운동의 개혁을 위해 가능한 노력을 다하여 일하면서, 나는 일반적인 세 가지 결점들에 주목했다. 첫 번째는 반지성주의anti-intellectualism이다. 우리가 체험하는 기독교에 깊이 헌신했던 것이 우리로 하여금 지성을 상당히 심하게 불신하도록 이끌었다. 두 번째는 내세지향성otherworldliness이다. 때때로 우리는 사회가 대규모로 건강하게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 앞에서 비관적인 태도로 일관했으며, 사회, 정치, 경제의 현재 상황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진 채로 우리 문화의 외곽에서 살아가는 데 만족했다. 그리고 세 번째 결점은 분리주의 정신separatistic spirit이다. 우리가 ‘복음 전파’에 헌신했던 일이 우리가 지역교회를 강조했던 것과 결합하여, 다른 기독교인들을 향하여 적지 않게 ‘위증하는 태도’를 취하게 했다. 우리는 보통 우리 지역의 예배공동체의 바로 곁에서 볼 수 없거나 혹은 우리의 전도활동들과 명백하게 관련되지 않은 기독교 모임들에게는 책임감을 느끼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심지어 우리와 밀접한 관계를 맺었던 그리스도인들을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로 가혹하게 대했으며, 교리적인 세부사항을 과도하게 트집 잡고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무례하게 대하고 심판하는 태도를 보였다.(35~36쪽 중)
만일 당신이 예수님께서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셨다는 것을 믿는 믿음이 한낱 맹신일 뿐이라고 생각한다면, 성경에서 이야기하는 근본적인 가르침들과 관련된 더 큰 문제들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아무것도 없는 공허 속에서 세상을 창조해내셨다. 또한 처녀의 몸이 생명을 잉태하게 하셨다. 예수님을 죽음으로부터 다시 부활시키셨다. 간단히 말해서, 성경에서 이야기하는 하나님께서는 무에서 선한 것을 만들어내는 일을 하는 분이시다. 당신이 이를 진리로 믿는다면,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 따위는 하나님께서 하신 일들 중에서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심지어 이 경우에는 원점에서 시작해야 하는 일도 아니었다!(74쪽 중)
근본주의자들은 더 넓은 문화의 환경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남은 자’라는 측면에서 이해했다. 그들은 멸망으로 필연적으로 기울어가는 세상에 관한 ‘예언자’의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충실하게 인지하고 있는 소수의 사람들이었다. 미래의 유일한 희망은 초자연적으로 시작된 천 년 왕국의 도래를 알리는 것이었다. 그러는 동안, 충실한 남은 자들은 남은 자를 위한 영적인 양분을 제공하고 잃어버린 자를 복음화하는 방법으로 영적 구출 작업에 집중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근본주의자들이 약 이십 년 사이에 했던 일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그들은―이미 판명된 것처럼―자신들의 생존을 보장받았다. 사실 그들은 생존 그 이상의 것을 해냈다. 근본주의자들은 특별히 기독교계와 전반적으로 미국이라는 더 큰 문화의 현장 속에서, 새로운 십 년 동안 영향력 있는 운동으로 기능하게 될 수도 있는 생기 있는 복음주의를 향한 길을 예비했다.(87~88쪽 중)
기억상실은 근본주의의 가장 큰 결점 중 하나였다. 근본주의 운동은 종종 ‘진짜’ 교회의 역사가 초대교회에서 뛰어올라 마틴 루터에 잠깐 착지한 다음 이십 세기 초의 근본주의자?근대주의자 논쟁으로 건너 뛴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오순절파와 성결 운동은 성령님께서 교회에게 행하시는 이야기의 축소판이라는 식의 고유의 견해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종류의 영적이고 신학적인 기억상실의 자취를 복음주의 운동에서 여전히 발견할 수 있다.(97~98쪽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