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추천도서
교회가 있다

90사이즈의 작은 옷을 빅 사이즈를 입어야 하는 사람이 입을 수는 없다. 신축성이 좋아 억지로 껴입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보기에 민망할 것이다. 빅 사이즈 옷을 유치원생 아이가 입어도 역시 어울리지 않을뿐더러 활동하기도 불편하다. 아무리 새 옷이고 활동성을 고려해 만든 기능성 제품이어도 결과는 마찬가지이다. 차라리 자신에게 맞는 사이즈의 다른 옷을 찾는 게 낫다.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교회들을 소개하는 책들을 대할 때 위와 같은 생각들이 든다. 말하자면, 이런 교회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이런 교회들의 부흥의 바람에 기대어 교회의 외형적 성공을 원하는 목회자와 성도들의 행동을 부추겨 그들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히려고 시도한다는 것이다. 이런 책을 내는 저자들 중에는 그저 성공주의에 젖은 목회자들과 교회의 입맛에 맞춘 대형화된 교회나 이벤트 또는 감각적인 프로그램이 중심 되는 교회들을 주로 소개하거나 시대에 유행하는 교회성장 방법들을 재빠르게 선보이는 것에 그치는 경우들이 있다. 또 그러한 책만 좇는 어떤 목회자나 교회들은 자신의 전통적인 틀과 사고는 버리지 않으면서 마치 갓에 턱시도 입은 것 마냥 약간의 형식적인 새로움을 더하며 교회 공동체를 불편하고 힘들게 하는 경우들도 많다.
그렇지만 그런 속에서도 본질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시대의 변화에 주목하며, 사람들의 영육간의 필요를 어떻게 돌아볼지를 고민하는 책들도 살펴보면 꽤 있는 편이다. 이 책도 그러하다. 이 책을 지은 저자는 단지 교회의 폭발적 성장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상당수가 대형교회이긴 하지만―부제에서 드러나듯 선교적 교회의 마인드를 갖추었느냐에 주목한다. 이런 교회들 중에 파격에 가까운 시도들을 행하는 교회들도 있지만, 그러한 시도가 단지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데에 초점을 둔 것이 아니다. 이 교회들은 사람들의 영적 갈급함을 돌아보며 그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도록 하는 데에 목표를 둔다. 또한 그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는 것만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살아가도록 변화시키며, 그들이 속한 지역과 사회, 나아가서는 세상을 바꾸어나가도록 이끌어 간다. 이 교회들은 비슷한 모습들이 거의 없을 정도로 상당히 다르다. 오히려 그들의 초점들은 시대의 흐름을 역주행하는 모습들마저도 있다.
Reality LA교회는 설교시간이 30분도 길다고 말하는 현대 교회 흐름 속에서 한 시간 가량이나 설교하는 특이한 모습을 보인다. 또 크리스천 어셈블리 교회는 이탈리안 중심의 인종적 특성이 강하고 107년의 역사를 가진 가장 전통적 모습을 가질 수 있는 교회의 환경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나이 많은 원래의 담임목사가 청년부의 새파란 목사에게 공동목회를 제안하고, 또 그 젊은 목사를 앞세워 리더십을 부여하는 파격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퀘스트 교회의 유진조 목사―규장에서 나온 ‘말하는 대로 살고 사는 대로 말하라’를 읽어보라―는 하나님 앞에서 받은 소명을 이루기 위해서 일 년치 연봉을 드리기로 결단하면서 자신의 집을 임대로 내주고 가족들과 아는 이의 집을 연연하는 극단적 헌신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퀘스트 교회의 이전 담임목사는 한발 더 나아가 유진조 목사를 담임으로 세우고, 자신이 부목사로 섬기는 상상하기 힘든 행동마저 행한다.
그렇다고 여기 교회들이 그저 파격과 돌출행동처럼 보이는 일만 행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소개되는 교회들은 어느 교회보다 말씀에 타협하지 않는 듯하다. 말씀을 듣는 이들의 거북한 감정이나 불편함을 고려하지 않고 복음을 강력하게 선포하고 민감한 사회의 윤리적 이슈 및 문제들을 선지자적 메시지로 강하게 지적하고 선포한다.
그렇다. 예수 그리스도도 수많은 무리가 몰려들 때에 제자도를 이야기하시며 무리들을 불편하게 만드셨고, 복음이 그저 입으로의 영접이 아니라 그들의 삶마저 변화시키도록 도전하셨다.
이 책을 읽고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목회자나 성도라면 그들은 이 책을 잘못 읽은 것이다. 말로는 강력하고 세련된 설교를 하지만 자신이 누리는 넉넉한 특권을 놓지 않으려는 목회자가 이 책을 읽는다면, 이 책은 본인부터 제자의 길을 가도록 도전할 것이다. 교회들이 문제 있다고 하면서 교회를 비판하거나 교회의 부패로 인해 교회울타리를 떠나 가나안 성도를 자처하는 성도가 있다면, 그 교회의 변화를 위해 당신은 무엇을 했고 어떻게 헌신했느냐고 이 책은 도전할 것이다. 교회의 변화와 갱신은 교회만이 아니라 목회자와 성도 모두가 치러야 할 대가와 희생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 시대의 교회가 힘이 없고 정체되고 소망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이들이 있다. 목회자들도 그렇게 말하곤 한다. 그러나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몸을 씻지 않거나 더러운 속옷을 입은 상태에서 새 옷을 입는다면, 아마 잠시는 괜찮을지 모르지만, 결국 역겨운 냄새로 새 옷마저 버리고 만다. 변화를 원한다면, 내 자신부터 복음 안에 제대로 서야 한다. 이 책은 비록 흠이 있고 부족하지만 그 때를 벗고 새로운 옷을 입으려는 시도를 하는 목사들과 성도들의 교회 이야기이다. 또 그 때를 벗음을 한번으로 만족하지 않고 부단히 노력하는 이들의 이야기이다.
아직도 교회는 살아있다.
p.s. 이 책을 읽으며 인상 깊은 것은 예전의 책들이 미국인들이 주를 이루던 것과는 달리 이 열 개의 교회를 이끌어가는 목사 중에 여럿이 한국계라는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