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추천도서
신실하신 하나님을 신뢰하는 믿음
기독연구원 느헤미야의 전임연구원으로 활동 중이신 구약학자 김근주 교수의 책이다. 분량이 두껍지 않지만 내용이 정말 알차다. 기대감을 가지고 읽었지만, 매우 상당히 기대 이상이었다. 전성민 교수의 추천사처럼, 지금껏 부활 혹은 종말에 대해 읽었던 모든 책 중에서 최고의 책이라 생각한다. 교회에서 이미 '여러분은 정말 부활을 믿습니까?' '참된 신앙인이라면 부활을 믿어야 합니다'라는 말들로 성도들을 윽박지르는(?) 설교를 많이 들어왔다. 상당수의 교회에서 보통 부활의 실체가 무엇인지 제대로 정의하지도 않고, 성경에 써있으니 냅다 믿으라고 강요한다. 이 책은 우리가 가진 부활이란 개념 자체에 대한 그런 식의 왜곡에서 우리를 구해줄 수 있는 좋은 해독제다. 성서의 부활은 단지 역사적, 사실적 의미만을 지니지 않는다. 김근주 교수가 구약성서를 통해 읽어낸 부활신앙의 의미는 야훼의 통치에 대한 전적인 신뢰를 뜻한다. 이것은 그리스도께서 지향했던 하나님 나라를 향한 급진적인 저항 운동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일단 이 책은 신약과 구약의 부활 신학에 줄잇기에 유념하기보다는 구약에 나타난 부활신앙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
오늘날 부활과 종말에 대한 이해가 이미 생명의 소생 및 영혼불멸설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으나 구약성경 자체에서는 이러한 이분법적 경향의 내세지향성은 아직 나타나지 않는다. B. Anderson은 기독교 신앙 안에 만연한 내세 지향적 사고가 헬레니즘 문화에서 비롯되었음을 주장한다. (신약에서는 헬레니즘의 영향이 보다 선명하게 발견되며, 나는 이런 사고방식이 오늘날 우리의 부활 이해에도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된다.) 헬레니즘의 영향과 함께 바벨론 포로 시기 이후, 바알 숭배를 비롯한 고대 근동의 종교와 철학 및 고난으로 점철된 그들의 역사적 경험이 부활 신앙의 모태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부활에 대한 고대인들의 관점이 신약성서 저자들의 부활에 대한 이해와 저술에 이르기까지 강력한 영향을 미쳤음은 너무나 자명한 것이다.
기독교 신앙의 핵심인 부활 신앙은 구약성경에서 그리 명료한 일관성을 가진 사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일례로 신약성서에서 부활을 뜻하는 용어는 anastasis인데, LXX에서는 이 단어가 겨우 6회 사용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실제 '부활'의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는 외경에 해당되는 마카비2서에서만 단 2회 나타난다. 한마디로 구약의 저자들은 육체의 부활에 대해 전혀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다. 물론 구약성서에서도 에스겔, 이사야, 다니엘 등 부활을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표현들이 등장하지만 많은 이들이 신약에서 명백히 서술되는 부활신앙에 기초해서 구약의 본문에 접근하고자 한다. 이러한 해석은 완전히 본말이 전도된 것으로 구약 텍스트를 오독하는 것인데, 많은 교회들이 현재 부활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이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한국 교회에 만연되어 있는 이러한 신학적 오류가 윤리적 실패로 연결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는 듯하다.(17쪽)
1장에서 저자는 구약성서는 상당히 현세 중심적인 영육일원론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힌다. 사후 세계 혹은 내세에 대한 관점은 제2성전기에 이르러서야 형성되고 유통되었다. 구약성서에서 죽음은 자연스럽고 마땅한 질서로 여겨지며, J. Barr의 현명한 지적처럼 죽음이 항상 하나님과 반대되는 것이거나 저주라고 말하는 것, 혹은 죄의 결과로 이해하는 것은 구약의 보편적 이해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도리어 구약의 저자들은 스올과 네페쉬 같은 상징적 서술을 통해 지극히 현재의 삶을 지향한다. 야훼에 대한 전적인 신뢰와 동행하는 지금 여기 이 땅에서의 삶이 그들이 이야기하고자 했던 부활신앙의 모습이었다.
2장에서 저자는 구약성경과 중간기의 문헌들을 검토함으로써 신구약 성서의 부활신앙의 연결고리를 찾고자 시도한다. 원시적인 부활신앙의 첫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한 제2성전기의 시대적 배경이 자세히 소개된다. 에스겔서 37장, 이사야서의 소묵시록 같은 경우는 민족 혹은 집단의 회복에 대한 상징적 서술로 이해하는 것이 합당하다. 포로기의 고난과 역사적 상황 속에서 집단이 아닌 개인의 발견은 내세적 부활신앙으로의 발전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그러나 다양한 문헌에서 나타나는 부활신앙은 일관적이지 않은데, 고난 속에서의 하나님에 대한 신뢰(batach), 즉 신정론의 문제가 모든 부활 신앙의 요체로 기능하고 있다고 저자는 파악한다.
예수 시기 당시의 사두개인과 바리새인들의 부활에 대한 입장 차이를 당시의 사회, 정치적인 맥락 속에서 파악하고자 하는 저자의 시도는 흥미롭다. 저자는 (현실 변혁의 의미를 강하게 내포한) 부활을 부정한 사두개파의 주장의 근본에는 헬레니즘의 도래 이후 기득권 체제에 영합해 온 그들의 삶의 실존이 그들의 현세주의적 세계관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본다. 그런데 당시의 또 다른 권력을 형성하고 있었던 바리새인들은 현세의 불평등과 불의를 정당화하는 방편으로서 이분법적 의미의 부활 신앙을 수용하였고 개인의 경건을 지나치게 강조하였다. 부활 신앙 또한 체제에 순응하고 봉사하는 사상적 토대로 악용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이러한 부작용은 한국 교회에서 이미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 중이다.
3장에서 다루어지는 시편 73편에 대한 자세한 분석은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게 읽은 부분이었다. 부활 신앙은 근본적으로 신정론과 결합되어 있다. 이 땅은 하나님이 통치하는 세상이나 우리가 실제 목도하는 것은 강자가 살아남는 적자 생존의 세계다. 이것은 가치관과 철학일 뿐 아니라 사실상의 종교다. 저자는 교회조차도 이런 가치관을 신앙적으로 정당화하고 체질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교회가 이 세상의 세계관에 고스란히 동화되어 사회에서 성공한 이들을 축복하고, 성공하고 생존하기 위해서 하나님을 믿으라고 전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왜곡된 신앙에서 부활 신앙은 현실 문제를 도외시하게 만들 뿐이다. 그러나 바른 신앙은 하나님의 부재와 침묵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을 가까이 하는 삶이야말로 복된 삶임을 주장한다. 하나님께서 계시지 않는 것 같은 현실 속에서 살지만 하나님 앞에서 살아가는 자! 세상에서는 비록 패배자, 실패자로 살아가지만 언제나 하나님을 가까이하며 살아가는 그 사람! 저자는 야훼에 대한 신실함을 끝까지 지키는 그 삶의 노래야 말로 구약의 생생한 부활신앙을 증언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3장의 분석을 통해 4장에서 저자는 신약과 구약의 부활 신앙을 정의와 공의의 하나님 나라, 야훼의 통치의 관점에서 서로 연관지으며, 구약의 관점이 연속성을 가지고 신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결론을 도출해낸다. "부활신앙을 가진다는 것은 단지 육체가 죽은 후에 다시 살아난다고 믿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 뜻을 그 백성들과 온 땅 위에 행하실 것을 믿는 것이다. 이 점에서 예수께서 전하신 복음의 핵심은 육체의 부활이라기보다는 하나님의 나라라고 말해야 한다. 그리고 하나님의 나라로 표현된 부활신앙이야말로 구약을 관통해서 흐르는 핵심이다."(191쪽) 그러므로 부활신앙은 우리가 천년만년 살아가리라는 허황된 믿음이 아니라, 내게 갚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선을 행하고 연약한 사람들을 돌보며 하나님과 언제나 동행하는 삶이다. 그것이 곧 하나님의 나라, 천국의 본질인 것이다.
"우리를 승리하게 하는 것은 부활 교리에 대한 믿음이 아니다. 선하신 하나님을 신뢰하는 것이다. 이 사실을 좀 더 생각해 본다면, 우리로 하여금 진리와 정의의 길을 가게 하는 것은 성경을 통해 진리와 정의에 대해 공교롭고 치밀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진리이시며 참되신 하나님을 신뢰하는 것이야말로 정의의 길을 걷게 하는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의 우리 교회는 무엇이든 성경에서 근거를 찾고, 무엇이든 성경에서 명시적으로 언급했어야 진행하려고 한다. 그래서 성경에 노조가 없다는 등, 성경에 사회 변혁에 대한 가르침이 없다는 등의 소리들이 난무하며, 성도들의 신앙이 개인주의의 숲으로 피신하는 것을 정당화한다. 주께서 말씀하시면 무엇이든 순종한다지만, 정작 우리 교회가 선하시고 신실하신 하나님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129쪽)
-블로그 ABRAXAS
저자 김근주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M.Div., Th.M.)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D.Phil.)
현)기독연구원 느헤미야 전임연구위원
현)희년함께 지도위원
목차
독자들에게 9
들어가며 13
1장_현세를 긍정하는 삶 21
Ⅰ. 내세에 대한 생각들 21
Ⅱ. 모든 사람의 결말 24
Ⅲ. 내세 없는 세상 34
1. 죽음과 스올 3
2. 육체와 영혼 41
Ⅳ. 현세에 대한 기대 47
1. 죽음과 같은 삶의 고백 47
2. 민족의 회복 51
Ⅴ. 산 자의 땅 63
2장_순교자의 소망 73
Ⅰ. 부활의 다양한 의미 74
Ⅱ. 제2성전기와 부활신앙의 형성 82
1. 제2성전기의 역사와 문헌 82
2. 바벨론 포로의 경험과 신학적 변화 92
Ⅲ. 제2성전기 문헌들의 내세 인식 99
1. 이름이 기억되는 것 99
2. 육체 부활과 영혼 불멸 102
Ⅳ. 고난의 현실과 부활신앙 114
1. 본문 연구: 솔로몬의 지혜서(Wisdom of Solomon) 119
2. 본문 연구: 마카비2서 125
3. 본문 연구: 다니엘서 12장 136
Ⅴ. 의인에게 주어지는 보상 145
Ⅵ. 부활신앙이 이끄는 삶 146
3장_주님이 나의 복이라 155
Ⅰ. 아브라함의 믿음과 부활신앙 155
Ⅱ. 신정론의 문제와 부활신앙 163
1. 시편 73편의 신정론 163
2. 영광으로 나를 취하리라 182
4장_죽음을 넘어 189
주 204
참고문헌 220